남아공으로 출장을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이 과연 안전하게 잘 열릴 수 있을까 의문을 보였다.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잘 사는 국가이지만 역대 개최국에 비해 치안은 물론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곳이다.
월드컵 개막전과 결승전,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조별 리그 등 주요 경기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 스타디움을 8일 찾았다. 경기장은 1km 밖에서도 쉽게 눈에 띌 만큼 형형색색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새로 포장한 도로에는 차량도 거의 없고 깔끔하기만 했다. 하지만 경기장에 다가갈수록 어딘가 이상했다. 여기저기에서 중장비들이 오가고 인부들이 보였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다.
'그래도 경기장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화려하게 보이던 경기장 외복은 주변에서 날아온 먼지와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경기장 구내매점, 화장실 등 기본 시설은 공사가 완료됐지만 곳곳에 건설 자재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경기장 안에는 공사 소음이 메아리쳤다. 책임자에게 언제 공사가 끝나는지 묻자 "무조건 개막식 전날에 마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척 상황을 봤을 때 일단 덮어놓고 보자는 식으로 공사가 마무리될 같은 인상을 떨치기 힘들었다. 더 큰 문제는 보안이었다. 월드컵 전부터 남아공은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반면 경기장 보안 시설과 경비들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아무리 개막 전이라고 하지만 취재진은 ID카드를 보이기만 하면 미디어센터와 경기장은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 카드를 보면서 확인하는 경비는 없었다. 겨울올림픽이 열린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선 미디어센터는 물론 경기장을 출입할 때마다 바코드를 찍어 신원을 확인한 뒤에야 출입이 가능했다. 만약 테러리스트가 취재진 카드를 훔치거나 위조를 한다면 경기장 출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허술한 준비 상황을 보면 대회가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무사히만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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