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사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자세한 정보까지는 공개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정보를 나누며 월드컵을 취재하고 있다. 같은 숙소를 사용하고 있어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친다. 적과 제대로 동침(?)을 하는 셈이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그리스에서 날아온 기자는 25명 내외다. 한국 취재진은 100여명에 가깝기 때문에 규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리스에서 축구 인기가 없는 게 아니다. 그리스 기자단 규모가 작은 이유는 그리스의 경제 사정 때문이다.
그리스는 올해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의 도움과 IMF 기금을 통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리스의 경제 위기는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그리스가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로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그리스 언론사들도 취재단 규모를 줄였다.
여기에 온 기자들은 선택받은 이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한 매체만을 위해서 남아공에 온 게 아니다. 2개 혹은 3개 언론사가 연합을 해서 기자 1명을 남아공에 파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때문에 그리스 기자들은 대부분 기사 쓰랴 방송하랴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한 기자는 기사 원고 마감을 마친 뒤 곧바로 전화기를 들고 방송 녹음을 했다. 그는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동시에 출장비를 받아서 온 주인공이었다. “돈 많이 벌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지자 그는 “그렇다고 월급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노트북과 방송 장비를 함께 들고 다녀야 하지만 내가 반드시 해야 할 몫이다”고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득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IMF를 겪던 시절 박찬호, 박세리 같은 스포츠 스타들의 선전이 국민에 큰 위안이 됐다. 그리스 기자들도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경제 위기에 신음하는 국민들이 잠시나마 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레하겔호의 선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