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숨길 것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1일 남아공 현지에 입성한 북한 대표팀은 여전히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북한 대표팀에 대해서는 숙소와 훈련 장소를 제외하면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그 흔한 공식 기자회견조차 없다. 은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AP통신이 북한의 훈련 장면을 처음 취재한 뒤 국내의 한 방송사가 마치 자사의 취재인 것처럼 방영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8일 북한 팀이 묵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인근 미드란드의 프로티아 호텔을 찾았다. 선수단과 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정문에서부터 막혔다. 한국 취재진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북한으로부터 인터뷰는 물론 만나는 것도 허가하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뻗치기’를 한 끝에 20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호텔 입구와 로비에는 몇 개의 대형 인공기가 걸려 있어 북한의 한 호텔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대했던 북한 측 미디어 담당관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국제축구연맹(FIFA)의 북한 측 연락관이 나와 “북한 대표팀의 언론 접촉은 없다”고 짤막하게 전했다. 경찰에게 북한 대표팀에 대해 물어 보니 “선수들 모두가 친절하고 이야기도 잘한다”며 인상을 전했다. 이어 “북한 취재진과 함께 선수들은 식사를 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취재진은 남아공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 공개 훈련이 있다는 이야기에 서둘러 전날 북한과 나이지리아의 평가전이 열렸던 마쿨롱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미 10여 명의 외국 기자들이 북한 대표팀의 모습을 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주로 북한과 같은 조에 속한 브라질, 포르투갈의 취재진과 최근의 남북 관계를 반영하듯 일본 중국 취재진이었다.
외국 취재진들은 한국 기자들을 알아보고 북한 대표팀에 대해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곧 이런 취재 열기는 사라졌다. 경찰이 취재진을 불러 모으더니 “오늘 공개 훈련은 취소됐다. 모두 경기장에서 나가라”고 지시했다. 어리둥절해진 취재진은 취소 이유에 대해 묻자 경찰은 “나도 이유는 모른다. 북한 미디어 담당관이 올 것이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미디어 담당관은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안 온다던 북한 대표팀을 태운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했다. 현대자동차 로고가 찍힌 버스를 보자 외국 취재진은 “북한 대표팀에 한국 현대자동차의 버스가 참 이질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IFA가 나눠 준 미디어 가이드에 나온 북한 미디어 담당관에게 전화를 하자 프리토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이 연결됐다. 북한 대사관 직원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쫓겨나듯이 경기장 밖으로 나온 취재진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을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내 하나둘 타고 온 차량을 타고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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