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세계는 엄청나게 값비싼 선수들이 가장 가난한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펼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역대 대회와는 완전히 다를 월드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개막식에 넬슨 만델라가 참석할지도 모르겠다. 27년간의 감옥 생활도 무너뜨리지 못한 굳건한 정신의 소유자는 이제 91세의 노인이 됐다. 악명 높은 로빈 섬에 갇혔던 죄수들이 미치지 않은 것은 축구 덕분이다.
브라질은 너무나 많은 뛰어난 선수들을 세계 각국으로 수출해 이번 대회에 그 선수들로만 다섯 팀 정도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스페인은 역사상 최고의 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그 밖에 또 누가 놀라움을 선사할까.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가 다크호스다.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이 한 멍청한 약속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바란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가를 벌거벗고 뛰기로 약속했다. 생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광경이다.
나는 그의 쇼를 보고 싶다. 그건 감독 경험이 없는 마라도나에게 대표팀 감독을 맡겼다고 욕했던 우리 모두에게 속죄의 시간이 될 것이다. 1980년대 그는 엄청난 선수였지만 감독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살아남았다. 누굴 대표 선수로 써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2년도 안 된 기간에 108명의 선수를 뽑아 테스트한 그가 대표팀을 이끌고 현재 남아공에 와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명단을 보자.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카를로스 테베스, 세르히오 아궤로, 디에고 밀리토, 마르틴 팔레르모, 앙헬 디마리아. 이렇게 검증된 7명의 스트라이커를 보유한 나라가 또 있을까. 마라도나가 과연 이 재능 있는 선수들을 ‘팀’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건 내 이론이지만 그는 그렇게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그렇게 할지 모른다. 모든 경기에서 ‘공격 앞으로’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많은 골을 내줘도 그들은 더 많은 득점을 올릴 것이다.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경기 스코어는 4-2가 많지 않았나.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좀처럼 이런 스코어를 보지 못할 것 같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하려는 팀들이 대부분이고 화끈하게 이기려는 팀이 드물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맞붙었던 지난 독일 월드컵 결승은 어땠나. 지루한 무승부 끝에 복권 같은 승부차기로 끝을 보지 않았나. 기억 안 나겠지만 이탈리아가 이겼다. 이탈리아의 부정적 성향이 월드컵 트로피를 가져갔다. 마라도나의 누드보다 더 불쾌한 장면이다.
이게 카를루스 둥가 브라질 감독이 “멋진 경기를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주 말하는 이유다. 심지어 브라질 공격수 루이스 파비아누는 “브라질이 만약 챔피언이 되려면, 아름답지 않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비하고 지루하며 방어적인 축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응원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만일 아르헨티나는 우리를 즐겁게 하는 축구를 하고 브라질은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마라도나를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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