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2]넣느냐 막느냐 0.5초의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숨막히는 일대일 11m 신경전… 페널티킥의 과학

■ 성공률 높이려면
시속 90~104km로 차고
도움닫기 4~6발짝 적당

■ GK 방어전략은
발모양으로 방향 예측 가능
“녹색 유니폼 방어율 75%”

축구에선 페널티킥 한 방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피를 말리는 승부일수록 그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수비수들이 다급한 마음에 이성적인 판단보다 파울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과 그리스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도 페널티킥으로 승부가 날 가능성이 있다. 양팀 모두 이 경기를 이겨야 16강 진출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페널티킥은 득점 성공률을 따지면 키커가 단연 유리한 위치에 있다. 키커가 성공률을 더 높이려면 공을 차려는 그 짧은 순간 골키퍼와의 심리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페널티킥에 숨은 과학을 짚어보자.

○ 단연 키커가 유리한 페널티킥

키커와 골대까지의 거리는 11m. 옆으로는 7.32m의 광활한 공간이 키커를 향해 활짝 열려 있다. 공은 키커의 발을 떠난 순간부터 0.5초 이내에 골대를 통과한다. 골키퍼가 아무리 빨라도 쏜살같이 골문 구석을 찌르는 공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페널티킥의 성공률은 약 82%다. 골키퍼는 미리 방향을 예측한 뒤 키커가 공을 차는 순간 몸을 던져 막아낸다. 지나치게 긴장한 키커가 구석을 노리다 골대 밖으로 차버리기도 하고 골키퍼가 몸을 움직이는 동작에 당황해 공이 가운데로 몰리기도 한다.

골키퍼는 위치 선정에 따라 킥의 방향을 유도하기도 한다. 최근 홍콩대의 한 연구팀이 역대 월드컵을 포함한 각종 대회에서 나온 200건의 페널티킥을 분석한 결과 골키퍼가 정중앙에 서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약간이라도 치우쳐 서 있었던 174차례의 페널티킥 중 키커가 넓은 방향으로 공을 찬 경우는 103차례였다.

○ 완벽한 페널티킥의 조건


높이 2.44m, 폭 7.32m의 직사각형 공간인 골문의 어디로 공을 보내면 가장 성공률이 높을까. 영국 리버풀의 존무어스대 수학연구팀에 따르면 골대 양 위쪽 모서리 부분이다. 1.22m 높이로 구석을 통과한 슛의 성공률은 99% 이상이다. 공의 속도는 시속 90∼104km가 최적이다. 더 빠르면 부정확해지고 늦으면 골키퍼의 손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킥은 심판 휘슬이 울리고 3초 이내 또는 13초 이상 지난 뒤 이뤄지면 성공 확률이 높았다. 앞의 경우는 골키퍼를 놀라게 하고 뒤의 경우는 골키퍼의 불안감을 높이기 때문. 도움닫기는 4∼6발짝이 가장 성공률이 높은 반면 10m를 달려와 차는 경우엔 오히려 가장 낮았다.

영국 엑스터대의 심리학 연구팀은 키커들은 골키퍼를 무시하고 오로지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키커들의 눈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골키퍼에 시선을 오래 둘수록 불안감이 높아져 킥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 골키퍼의 전략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골키퍼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을 공개했는데 다음과 같다. △키커마다 좋아하는 방향이 있으니 미리 연구하면 방어율을 높일 수 있다. △페널티킥 승부를 많이 경험할수록 실력도 는다. △키커의 발 모양을 보면 공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차기 직전에 지면에서 킥을 지탱하는 쪽 발끝은 80% 정도 공이 나갈 방향을 정직하게 가리킨다. 골키퍼가 입은 옷의 색깔도 성공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승부차기를 포함한 이 연구에서 골키퍼가 녹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성공률이 75%로 가장 높았고 붉은색일 때 54%로 가장 낮았다. 노란색이 69%, 파란색이 72%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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