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1일 개막]“그래서… 그리스, 널 좀 잡아야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최근 3개대회 1차전 승리팀 16강 갈 확률비기면 58%… 지면 8% 바늘구멍
1차전 승리땐 심리적 안정
1998년엔 승팀 모두 16강에‘지고도 16강’은 3차례뿐그리스전에 사활 걸어야

확률 86.1%. 그리스를 잡아야 16강에 간다.

어떤 종목이든 단기전에서 1차전 승부는 가장 중요하다.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 여부는 조별리그 첫 경기 결과에 따라 대체로 판가름이 났다. 1차전 승리 팀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지만 진 팀은 바로 벼랑 끝에 몰린다. 남은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한 팀과 여러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월드컵 조별리그와는 차이가 있지만 프로야구에서도 1989년 준플레이오프가 도입된 후 3전 2선승제의 시리즈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은 100%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에 12일 오후 8시 반 열리는 B조 첫 경기 그리스전은 결코 놓치면 안 되는 기회다. 같은 조의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그리스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한국에 행운이다.

본선 진출국이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포함해 최근 3개 대회에서 조별리그 1차전 승리 팀이 16강에 진출한 확률은 86.1%나 된다. 특히 프랑스 월드컵에선 무승부 5경기를 제외하고 11경기에서 승부가 갈렸는데 이긴 팀은 100% 16강 티켓을 땄다. 우승 후보라도 1차전 패배는 큰 부담이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당시 D조 첫 경기 나이지리아전에서 2-3으로 졌고 결국 1승 1무 1패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비기기만 해도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3개 대회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나라는 모두 24개국(12경기). 그중 절반 이상(58.3%)인 14개국이 16강에 진출했다.

1차전을 내주면 절망적이다. 지고도 16강에 오른 건 3차례(2002년 터키, 2006년 가나와 우크라이나)로 확률은 8.3%에 그친다. 이들의 공통점은 첫 경기에서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것. 터키는 브라질, 가나는 이탈리아, 우크라이나는 스페인과 대결했다. 이들을 꺾은 팀은 모두 조 1위를 차지했다.

첫 경기를 이겼지만 16강과 인연이 없었던 경우도 있다. 2002년 코스타리카와 아르헨티나, 2006년에는 체코와 한국이 그랬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토고를 2-1로 꺾고 원정 첫 승을 신고했지만 2차전에서 프랑스와 비겼고, 3차전에서 스위스에 0-2로 지는 바람에 승점 4점을 얻고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한국과 같은 승점 4점을 얻고도 멕시코와 호주는 16강에 진출했다. 멕시코와 호주는 모두 조 1위 팀이 3전승으로 승점 9점을 독식한 반면 한국이 속한 G조에서는 스위스와 프랑스가 맞대결에서 비기면서 승점이 분산(스위스 승점 7, 프랑스 승점 5)됐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그리스전에 이어 오후 11시에 열리는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 결과가 한국의 그리스전 승리만큼 중요한 이유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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