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하나인 슬로베니아 대표팀 주장 로베르트 코렌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유럽의 소국인 슬로베니아는 스포츠계에선 경이로운 나라다. 인구가 205만 명(2009년)으로 서울 인구의 5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도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여름올림픽에서 15개, 겨울올림픽에서 7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32개국 본선 진출국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초미니 국가다.
슬로베니아 국민들은 지난해 11월 마리보르의 류드스키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인구가 70배나 많은 러시아를 1-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한 18세 소년은 “온 마을 사람들이 술집에 모여 경기를 보다 모두 울었다”고 말했다. 경기장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관람했던 슬로베니아의 보루트 파호르 총리는 ‘우리가 이기면 선수들의 신발을 직접 닦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수 라커룸으로 달려갔다.
잉글랜드, 미국, 알제리와 함께 C조에 포함된 슬로베니아의 이번 대회 목표는 사상 첫 16강 진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이들이 목표를 이루기는 쉬워 보이지 않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슬로베니아의 한 축구 해설자는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의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월드컵이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만큼 승리에 목마르다는 것.
슬로베니아의 축구 선수들은 자국 축구 시장이 너무 작아 대부분 유럽으로 진출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23명 중 21명이 외국 팀 소속이며 특히 주전 11명은 7개국의 클럽에 흩어져 있다. 하지만 20대가 주축인 대표 선수 대부분이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호흡을 맞춰 조직력이 강점이다.
대표팀의 공격수를 맡고 있는 발테르 비르사는 “축구는 발로만 하는 게 아니다. 가슴과 머리로 하는 것이다”라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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