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한국은 ‘표범’ 아르헨티나는 ‘토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3일 11시 57분


'경기 시작 후 10분을 조심하라'는 축구의 격언이 있다.

12일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의 한국-그리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의 2경기는 이 격언을 실감케 했다.

한국은 전반 시작 7분과 후반 시작 7분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각각 골을 넣어 완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시작 6분 만에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가 헤딩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경기 시작 후 10분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려면 호흡이 터져야 한다. 코와 입으로 동시에 제 호흡을 해야 폭발적인 드리블을 하거나 강력한 슈팅을 할 수 있다.

왕년의 축구대표 선수들에게 들은 바로는 호흡이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몸이 굳어 실수를 하기 십상이라는 것. 이 때문에 누가 먼저 제 호흡을 하면서 몸을 유연하게 만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되는데, 보통 호흡이 터지는데 10분 정도가 걸린다는 것.

한국은 세계 최강의 공격진이 포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17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경기 장소인 요하네스버크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해발 고도 1753m인 고지대.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경기 시작 10분 안에 제 호흡을 누가 먼저 할 수 있느냐가 승부의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나이지리아전에서 드러난 아르헨티나의 전력을 보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축으로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이 포진한 공격진이 막강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초반에는 폭풍처럼 밀어붙이지만 경기 초반이 지나자 급속하게 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로 치자면 초반에는 폴짝거리지만 곧 지치는 '토끼'였다.

이에 반해 태극전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한 플레이를 하는 지구력을 지녔다. 게다가 고지대에서의 경기를 대비해 산소방 훈련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은 표범 같다"고 표현했다.

B조의 뚜껑을 열고 보니, '표범' 같은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토끼'같은 아르헨티나를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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