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박지성과 메시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리오넬 메시(23·FC 바르셀로나).

1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 이 경기의 초점은 '캡틴' 박지성과 '제2의 마라도나' 메시의 대결에 맞춰지고 있다.

세계 축구팬의 관심을 끌고 있는 두 축구스타는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은 축구 선수답지 않게 어릴 때 몸이 약했고, 신체적 단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지성은 고등학교 때까지 키가 158㎝ 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너무 작고 마른 박지성을 위해 아버지 박성종 씨가 개구리를 잡아 먹이는 등 갖은 노력 끝에 키를 15㎝ 이상 키울 수 있었다. 최근 이런 사실이 영국 축구팬 사이에 알려지며 "'개구리 주스'가 박지성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박지성은 2001년이 돼서야 자신이 평발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001년 11월 광주월드컵경기장 개장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발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그 때까지 박지성이 국가대표 선수라는 것을 몰랐던 의사는 그에게 평발이니 많이 뛰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였다.

메시 역시 신체적 약점이 많다. 그는 10세 때 성장 호르몬 장애를 선고받았다. 아버지 호르헤 메시는 공장 노동자였고, 어머니 셀리아는 파트타임 청소부. 여기에 위로는 2명의 형과 여동생까지 있는 가난한 집안. 한달에 900달러가 넘는 장애 치료를 받을 길이 없었던 메시는 도움의 손길을 뻗친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단에 입단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를 해야 했다.

두 선수 모두 스캔들이 없으며 우직할 정도로 성실하다는 점도 닮았다. 박지성은 '일본 여자배구선수와 사귄다'는 등의 스캔들 소문이 몇 번 나돌았지만 헛소문으로 밝혀졌고, 메시 역시 "축구선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가족과 같이 지낼 시간이 적은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모범 청년.

박지성이 '히딩크의 황태자'로 불리며 거스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이유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성실성 덕분. 메시도 169㎝ 밖에 안 되는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부친의 아들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도 두 선수의 공통점.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외아들을 위해 '개구리 주스' 뿐 아니라 몸에 좋다는 것은 천리를 마다않고 찾아갈 정도로 어릴 때부터 정성을 쏟아왔다.

메시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는 요리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메시는 "아르헨티나 고향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 아버지가 요리를 잘해 이를 맛보는 게 즐겁다"고 밝힌 바 있다. 메시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온 가족이 스페인으로의 이민을 결심할 정도로 메시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두 축구스타의 다른 점은 한 가지. 박지성이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최고의 별로 발돋움한 '대기만성 형'이라면, 메시는 천재성을 일찌감치 드러내며 비교적 순탄하게 축구 스타로 떠오른 경우다.

박지성은 수원공고 시절 오라고 하는 대학이 없을 정도로 무명 선수였다. 당시 수원공고의 이수철 코치가 아주대 선수 시절 은사였던 김희태 명지대 감독에게 연락해 '박지성의 재능을 몰라본다'며 추천해 간신히 명지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후 김희태 감독이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를 맡았던 허정무 감독에게 추천해 연습생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일본 교토 퍼플상가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을 거쳐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 생활의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다.

반면 메시는 13살 때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뒤 천재성을 드러내며 승승장구, 22세의 나이에 최연소이자 최다득표로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현역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장 과정을 밟으며 세계 축구팬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별중의 별'로 자리 잡은 박지성과 메시.

둘 중 누가 17일 그라운드에서 웃으며 걸어 나올까.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