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할 건 인정해요. 솔직히 지금 ‘월드컵 정국’ 맞아요. 하지만 프로야구도 이만하면 선방하고 있어요. 2010 올스타전 인기투표 3차집계 결과가 나왔는데, 지난해 3차집계 때보다 유효투표수가 91%나 늘었어요. 그만큼 열성적인 팬들이 많다는 얘기에요. 그래서 롤러코스터도 바쁘게 돌아가요.
한국-아르헨전때 야구 연장무승부 끝나는 순간 환호성 들렸어요 때마침 이청용 골 넣었어요…이런 무관심 속 경기 처음이었대요
‘LG 전신’ 청룡 상의 유니폼 동났어요…팬심은 구단과 다른가봐요 1990년생 오지환이 청룡모델?…LG 창단둥이라는 의미 통하네요
# 적정선 넘어서는 방송사들 과열 경쟁, 자제 부탁∼.
요즘 야구인기 높아지면서 취재열기 뜨거워요. 선수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모든 게 화제가 돼요. 가끔 매치카드 좋으면 한국시리즈 방불케 하는 취재진들, 덕아웃에 집합해요. 그러나 취재할 때도 기본 상도가 있는 법이에요. 선수들의 휴식시간은 가능한 지켜주고 상황에 따라 치고 빠질 때를 구분하는 암묵적인 합의 안에서 움직여요. 문제는 방송사들이에요. 타사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본적인 예의를 안 지키기 시작했어요. 훈련도중 그라운드 침범, 너무 쉽게 해요. 배팅케이지에서 방망이 휘둘러야할 선수들을 붙잡고 카메라를 들이대요. 훈련 전에 일찍 나와서 하면 될 것을, 꼭 경기 전 휴식시간에 선수들을 불러내서 장시간 인터뷰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겨요. 이뿐만 아니에요.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내용 뽑아내는 것 서슴지 않아요.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두산 이원석의 발언 파문이 대표적인 케이스예요. 당시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김경문 감독에게 사전 일언반구 예고없이 월드컵 결과 예상을 물어보는 만행 벌였어요. 타 구단도 상황은 마찬가지예요. 일단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긴 하지만 구단을 통한 정식루트 아닌 카메라만 들이대면 된다는 식의 방송사 만행에 혀를 내둘러요. 경기가 끝난 뒤 방송되는 야구프로그램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요. 선수에게 실점보다 더 아픈 게 ‘실책’이에요. 하지만 너도나도 선수들의 실책 부분만 편집해서 방송을 내보내는 것도 모자라 희화화까지 시키고 있어요. 야구는 스포츠경기인데, 오락프로그램과 착각하나 봐요. 재미는 좋지만 본말이 전도돼선 곤란해요.
# 롯데 홍성흔의 ‘무관심 삼진’은 아르헨티나의 골 때문?
월드컵 시즌을 맞이한 한국 프로야구, 팬들을 위해 한 가지 양보했어요.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두 시간 빠른 오후 4시 30분에 야구가 시작됐어요. 웬만한 팀이라면 4시간 안에는 다 끝낼 줄 알았던 거예요. 하지만 이런 우라질네이션∼. 사직구장은 아랑곳 않고 연장전에 돌입해요. 그래요. 롯데 경기였어요. ‘축구 시작한 후에도 경기하는 거 아냐?’라는 농담은 현실이 되고 말아요. 사직구장 전광판으로 월드컵 경기 틀어주기로 했지만, 야구가 안 끝났으니 그럴 수도 없어요. 방법은 하나 뿐이에요. 요즘 ‘이거 없으면 왕따’라는 DMB폰. 제 아무리 열혈 롯데팬이라도 어쩔 수 없어요. 다들 휴대폰을 꺼내들어요. 그런 가운데 연장 11회말 1사 1루 기회가 돌아왔어요. 타석에는 타점 1위 홍성흔. 팽팽한 승부가 펼쳐져요. 그리고 볼카운트는 2-1. 그런데 갑자기 관중석에서 ‘아악!’ 하는 비명이 터져요. 당황한 홍성흔, 삼성 포수 진갑용, 심판과 함께 수근거려요. “어떻게 된 거지?” “우리 골 먹었나봐.” “뭐야, 안 돼!” 알고 보니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골이 하필 그 때 터진 거예요. 어깨에 힘 쭉 빠져요. 결국 다음 공에 힘없이 삼진. 시베리안허스키에 십장생 같은 상황이에요. 더 재미있는 상황은 그 다음에 나왔어요. 경기가 2-2 무승부로 마무리 되고 양 팀이 모두 1패를 떠안는 안타까운 순간, 관중석이 환호로 뒤덮어요. ‘지지 않아서 좋다’는 의미냐고요? 그럴 리 없잖아요. 때마침 이청용의 골이 터진 거예요. 팬들과 긴밀하게 호흡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홍성흔, 먼 산 보며 말해요. “야구하면서 그렇게 팬들의 무관심 속에 경기하기는 처음이었어요.”
# 오지환 “MBC 청룡 모르는 제가 왜 모델이 됐는지….”
LG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를 찾았어요. 자신들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MBC 청룡을 불러왔어요. 19일 잠실 롯데전에서 프로야구는 물론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 누적 관중 2000만 명을 돌파 신기원을 열자 선수들은 청룡의 푸른색 원정경기 상의에 LG 트윈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왔어요. 청룡시절부터 이어진 관중수이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LG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어요. LG 홈페이지를 보면 히스토리에 청룡 역사는 없어요. 청룡은 청룡, LG는 LG라는 인식. 프로야구 역사가 아닌, 그룹 차원에서만 야구를 바라본 결과예요. 그런데 팬심은 다른가 봐요. 이날 선수들이 착용한 특별 유니폼 200벌을 판매했더니 순식간에 동났어요.
그런데 LG는 특별 이벤트 앞두고 유니폼 모델을 선정하느라 고민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동안 LG 얼굴마담은 박용택. 하지만 올해 부진한 박용택에게 “모델하라” 말 못해요. 다른 후보는 ‘몽타주’가 아니에요. 결국 떠오르는 스타 오지환을 점찍었어요. 특별 유니폼 입혀 사진 찍어서 보도자료 뿌리며 대대적으로 선전했어요. 그런데 정작 오지환은 어리둥절해요. “난 MBC 청룡 모르는데….” 오지환은 1990년생. 1989년까지 살다간 청룡을 알 턱이 없어요.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의미를 찾아보면 없는 건 아니에요. 바로 오지환이 LG 창단둥이라는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