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대에서 ‘신의 손’과 ‘할리우드 액션’이 또다시 등장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등장한 ‘신’은 양손잡이다. 왼팔로 한 번 공을 건드린 뒤 오른팔로 다시 공을 컨트롤했고 이어 골을 넣었다. 주인공은 브라질의 공격수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그는 21일 오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G조 2차전에서 후반 5분 수비수 3명을 제친 뒤 왼발 발리슛으로 골을 넣었다. ‘축구 황제’ 펠레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결승전에서 넣었던 오른발 발리슛 골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중계를 하던 장지현 SBS해설위원은 “이번 대회 명품 골 중 하나”라고 칭찬했지만 느린 화면이 나오는 순간 곧바로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팔에 맞았군요.”
파비아누가 팔로 공을 컨트롤하는 모습이 느린 화면에서는 선명히 나왔지만 스테판 라누아 주심(41·프랑스)은 발견하지 못했고, 그대로 골로 인정했다. 라누아 주심은 골 세리머니를 끝낸 파비아누와 웃으며 대화를 하기도 했다. 스벤예란 에릭손 코트디부아르 감독은 “파비아누 같은 선수는 그냥 막기도 힘든데 손까지 쓰는 걸 심판이 봐준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며 “(축구가 아니라) 핸드볼이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라고 분노했다.
라누아 주심은 이날 할리우드 액션에도 속았다. 경기 종료 1분 전 코트디부아르의 카데르 케이타(갈라타사라이)가 브라질의 카카(레알 마드리드)와 살짝 부딪친 뒤 얼굴을 감싸고 넘어졌다. 라누아 주심은 카카가 케이타를 가격했다고 판단하고 바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고, 이에 앞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카카는 퇴장당했다. 이 상황 역시 느린 화면으로 자세히 보면 카카의 ‘결백’이 확인된다.
18일 독일과 세르비아 경기에서도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퇴장당했다. 월드컵 통산 11골을 기록하고 있는 클로제는 브라질 호나우두의 기록(15골)을 깰 유력한 후보다. 클로제가 퇴장당한 뒤 1분 만에 세르비아는 결승골을 넣으며 우승 후보 독일을 1-0으로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또 같은 날 미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에서는 2-2 동점 상황에서 후반 41분 미국의 모리스 에두(레인저스)가 넣은 완벽한 골이 주심의 파울 선언으로 무효가 되기도 했다.
라누아 주심을 포함해 독일과 세르비아 경기의 알베르토 운디아노 주심(37·스페인), 미국과 슬로베니아 경기의 코망 쿨리발리 주심(40·말리)은 모두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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