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16강…한국 스포츠사 새 이정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3일 06시 36분


1945년 일제 치하에서 해방을 맞은 한국은 1948년 런던 하계올림픽 출전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경제력도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정부 수립 초기에는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없었다.

당시 어려운 경제 환경은 물론 익숙하지 않은 국제무대 경험과 적은 스포츠 인구 등도 세계 스포츠 강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터라 초창기 각 종목의 국제 대회 출전기는 하나같이 '무용담' 수준이었다.

그러나 처음 출전한 1948년 런던올림픽 역도(김성집)와 복싱(한수안)에서 동메달을 하나씩 따내면서 한국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23일 한국축구가 월드컵축구대회 사상 최초로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뤄낸 것은 한국 스포츠사를 통틀어서도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만큼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1948년 런던올림픽 첫 메달 획득에 이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양정모가 레슬링 자유형 62㎏급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역사의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한다.

1980년대 들어서며 한국 스포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국내로는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프로스포츠가 창설됐고 외적으로는 1986년 아시아 경기대회와 1988년 하계올림픽을 잇달아 서울에 유치하며 스포츠 강국으로 면모를 갖추게 된다.

서울아시아경기대회와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한국의 스포츠역사뿐 아니라 한국사를 논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대사건'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고 손기정 옹의 영광을 재현하며 마라톤 금메달을 따내 온 국민을 감동시켰고 같은 해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남자 1000m 김기훈, 5000m 계주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0년대는 한국 선수들이 미국 주요 프로스포츠에 진출한 때로도 기록된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994년 LA다저스 유니폼을 입었고 '한국 골프의 선구자'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골프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 월드컵축구대회는 198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국내에서 열린 대형 스포츠행사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축구 대표팀은 4강까지 오르는 신화를 창조하며 전국을 붉은 물결로 뒤덮었다. 이 대회 전까지 4강은 고사하고 본선에서 1승도 없던 축구 대표팀은 폴란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으로 이긴 것을 신호탄으로 승승장구했다.

축구와 함께 국내 양대 스포츠를 이루는 야구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세계적인 수준을 입증해보였다.

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코리안 낭자'들의 맹활약에 화답하듯 '탱크' 최경주(40), '바람의 아들' 양용은(38)도 굵직한 사건을 터뜨렸다.

최경주는 2002년 5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컴팩클래식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일궈내며 '남자골프는 세계 무대에 통하기 어렵다'던 세간의 시선을 보기좋게 뒤엎었다. 이후 7승을 보태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양용은 역시 2009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였던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상대로 믿기지 않는 역전극을 펼쳐 아시아 사람으로는 최초로 PGA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사에 빼놓을 수 없는 대회가 됐다.

그간 한국 선수들로서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던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나왔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던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또 밴쿠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김연아도 경쟁자로 여겨졌던 아사다 마오(일본)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박태환과 김연아의 쾌거는 이전의 스포츠 스타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성과물로 기록됐다. 승부에 집착하며 큰 부담을 안고 대회에 나가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경기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팬들은 '새로운 느낌의 감동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도 바로 그런 '유쾌한 도전'이 밑거름이 됐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선수들 앞에서 주눅이 들기보다 '그래, 덤벼봐' 하는 마음으로 당당히 맞선 것이 그리스, 나이지리아 등 축구 강호들을 제치고 16강에 진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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