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대단하지만 결승까지 가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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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36년 전 더반서 챔프 딴 홍수환 씨

“그 왜 자꾸 16강, 16강 하는 거예요, 목표를 높게 잡아야죠. 16강 진출도 대단한 일이지만 8강, 4강, 결승까지 계속 가야죠.”

프로복싱 전 세계챔피언 홍수환 씨(60·사진). 그는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뤄낸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를 더 높이고 더 큰 꿈을 갖자”고 자신 있게 말했다. 평소 화끈하고 호탕한 성격답게 시원시원하게 얘기했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이긴 하지만 2002년에 4강까지 갔는데 16강에서 만족할 수 없지 않냐”고 했다.

그는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을 더반에서 치른 태극전사들에게 승리의 기운을 힘껏 불어넣었다. 36년 전 더반을 ‘승리의 땅’으로 개척하고 돌아온 기분 좋은 경험을 먼저 했기 때문이다. 그는 1974년 7월 더반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매치에서 아널드 테일러(남아공)에게 15회 판정승을 거두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홍수환 하면 엑토르 카라스키야(파나마)를 꺾은 4전 5기 신화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는 더반 승리 후 3년 뒤인 1977년의 일이다.

경기 의왕시 집에서 아내 옥희 씨(57)와 함께 나이지리아전을 봤다는 그는 유니폼 얘기를 꺼냈다. “아니 근데 왜 붉은색 유니폼을 안 입고 흰색을 입고 나왔대요. 붉은 거 입고 뛰었으면 이기고 올라갔을 텐데 말이야.”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큰 그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비기고 만 게 조금은 아쉬운 듯했다. “상대적으로 승률이 높다는 붉은 유니폼이 아니라 흰색 상의를 입고 나오는 걸 보고 조금 신경이 쓰였어요.” 그러면서 그는 36년 전 상황을 떠올렸다. “내가 테일러를 꺾고 챔피언 먹었을 때도 붉은색 트렁크를 입고 경기했어요. 하하하.”

홍 씨는 대표팀 허정무 감독(57)과는 방송 출연을 함께 한 것을 인연으로 오래전부터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다. 가수인 그의 아내와 방송인인 허 감독의 아내 최미나 씨(56)도 가깝게 지낸다. 실제 한 방송사가 더반과의 인연이 있는 그에게 남아공 현지 출연을 제안했지만 국내 강의 일정 등과 겹쳐 불발됐다.

“16강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홍수환이가 열심히 기를 날려 보내겠습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똘똘 뭉치면 때려눕히지 못할 상대는 없습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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