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공격수 케빈프린스 보아텡(23·포츠머스)과 독일 수비수 제롬 보아텡(21·함부르크). 둘은 가나 출신 독일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지만 독일 국가대표를 꿈꾸며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형 케빈프린스가 21세 이하 대표 시절 동료와 마찰을 빚은 뒤부터 형제의 행보는 엇갈리기 시작했다. 케빈프린스는 2007년 자신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낸 아버지의 조국 가나의 국가대표가 됐다. 반면 제롬은 뒤늦게 독일 요아힘 뢰프 감독의 눈에 들어 2010년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둘은 케빈프린스가 5월 잉글랜드 FA컵에서 독일의 간판 미드필더 미하엘 발라크(첼시)에게 월드컵 진출을 좌절시키는 큰 부상을 입히면서 우애에도 금이 갔다. 케빈프린스는 독일의 '공공의 적'으로 찍혔고, 동생 제롬도 "형의 태클은 레드카드 감"이라며 비난했다. 그날 이후 형제는 연락을 끊었다.
보아텡 형제는 운명의 장난처럼 24일 남아공 월드컵 C조 최종전에서 적으로 만났다. 형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 동생은 왼쪽 수비수. 동생이 직접 형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월드컵 역사상 형제가 한 경기에서 맞붙은 적조차 없었다. 형 케빈프린스는 경기 시작 전 "가나와 독일 가운데 어느 쪽도 이기길 바라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제롬은 후반 28분 교체될 때까지 73분 간 뛰었다. 후반 16분에는 가나의 결정적 공격을 막아내는 활약을 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케빈프린스는 10km 넘게 뛰며 가나의 중원을 지켰다. 형제는 서로 격렬하게 공을 다투는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다했다.
경기는 메주트 외칠(브레멘)의 환상적인 왼발슛이 터진 독일이 1-0으로 이겨 동생이 먼저 웃었다. 하지만 같은 C조의 호주가 세르비아를 잡아줘 가나도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함께 웃은 형제가 언제쯤 손을 맞잡고 웃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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