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우루과이와 16강전을 앞둔 가운데 김학범(사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성남 일화 감독)은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아레스를 주목하고, 공간 노출 최소화
우루과이는 기본적으로 투 톱 체제다.
조별리그 3경기를 보면 우루과이는 세 명의 공격수를 두루 활용했다. 프랑스와 1차전은 수아레스와 포를란이 최전방에 섰고, 남아공과 2차전, 멕시코와 3차전은 카바니와 수아레스가 호흡을 맞췄다. 이 때 포를란은 투 톱의 뒤를 받치는 플레이메이커였다. 결국 포를란의 위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데 포를란보다 수아레스를 더 주의해야 하겠다. 수아레스는 아약스에서 뛰며 지난 시즌 네덜란드 프로리그 에레디비지에에서 22골을 넣은 발군의 공격수다. 물론, 대표팀에서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아약스에선 4-3-3 공격 라인의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아 측면을 파고들다 갑자기 방향을 중앙으로 침투하는 방식이 많았다. 대표팀에서 수아레스가 외곽에 자주 나오는 것도 여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득점 기회 포착 능력이 좋고, 골문 안에서의 움직임이 뛰어나다. 기술이 썩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골 냄새를 잘 포착한다’고 할까?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상대에 따라 측면 공격수를, 때론 ‘볼 배급’을 담당하며 여러 전술을 발휘했는데, 우루과이도 이와 비슷하다. 수아레스와 포를란이 번갈아가며 도우미와 공격수 역할을 고루 맡는다. 일단 개인기가 뛰어나지 않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는 조금 다르다. 대신 힘이 좋다. 파워가 느껴지고, 투쟁적이다. 그렇다고 다혈질은 아니다. 역으로 말해 우리가 상대 신경을 긁고, 파울 및 카드를 유도할만한 베이스가 없다는 얘기다. 일정 패턴이 있다면 오히려 준비하기 쉬운데, 우루과이는 그런 면에서 다른 남미 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상대를 신경 쓰지 말자.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지 개의치 말고 우리가 준비한 걸 풀어내는 게 최우선이다. 정상 플레이를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다급해지는 쪽은 오히려 우리보다 강한 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우루과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부담스러운 승부차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루과이는 우리 진영 깊숙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끌어오자’는 것이다.
우리 수비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끌려 나가지 말라’다. 현대 축구에서 맨 마크는 없다. 지역을 방어하되, 자신의 지역이 노출되면 주변 동료에 넘겨줘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지 말자. 실책을 줄이고, 부디 안정 또 안정을 강조하고 싶다. 공격을 하더라도 빠른 수비 복귀가 필수란 점을 잊지 말자.
○측면을 집중 공략하라
우루과이는 포백 수비라인을 운용한다. 고딘-루가노가 중앙 수비진에, 푸실레와 M. 페레이라가 좌우 측면 풀백을 맡을 것 같다. 미드필더 A. 페레이라와 빅토리노가 좌우 풀백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지만 여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겠다.
수비형 미드필더 페레스가 1차 저지선을 구축할 것 같다. 대부분 패스 루트의 중심을 이룰 아레발로가 페레스와 함께 ‘홀딩 맨(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될지 여부는 모른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공격에 보다 치우친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남아공전과 멕시코전에 페레스 한 명만을 수비형 미드필드에 배치한 것은 득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우루과이의 수비진의 제공권도 썩 높은 건 아니다. 급하게 만들자. 상대 심리를 역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진득하게 기다리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빠른 사이드 돌파가 이뤄지면 수비는 마음 놓고 올라올 수 없게 된다. 끈질김을 갖고 경기를 풀어가자. 끌어낸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하자. 다만 하고 싶은 말은 상대 외곽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뒷 공간을 어떻게 침투할 것이냐가 아닌, 그간 펼쳐낸 우리의 공격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가끔씩 찾아올 세트피스 기회를 반드시 살려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끌어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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