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와의 16강전. 90분 경기 종료를 알리는 볼프강 스탁 주심의 휘슬이 길게 두 번 울리자 11명의 태극전사들은 일제히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26일(한국시간)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 쏟아져 내리는 빗물은 굵은 눈물과 함께 선수들의 뺨을 타고 흘렀다.
차두리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유니폼 상의로 훔쳤다. 안정환이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위로했지만 소용없었다. 단 한 명도 쉽사리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지 못했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후반 내내 매섭게 몰아쳤기에 그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허정무 감독도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90분 내내 한 시도 벤치에 앉지 못하고 선수들을 독려하던 그도 경기 직후 한참이나 망연자실 서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만 있을 수는 없었다.
허 감독은 뭔가 결심한 듯 빠른 걸음으로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이영표를 일으켜 세웠고 이어 차두리와 박지성을 힘껏 끌어안았다.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모두 눈을 맞추고 포옹을 했다.
허 감독은 경기 후 “나보다 선수들이 더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힘겹게 말문을 연 뒤 “경기는 우리가 지배를 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우리는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했고 상대는 너무 쉽게 득점을 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두리는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는 이런 좋은 기회가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이렇게 경기를 잘 하고도 마지막에 한 골을 내줘 패하는 심정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경기장을 떠났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