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를 버는 FIFA

잇단 오심에 비판 여론 들끓자
“전광판 리플레이탓” 엉뚱한데 화살

남아공 월드컵에서 잇따른 치명적 오심에 따른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이 오심의 책임을 경기장 내 대형 전광판의 리플레이 화면에 떠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FIFA가 경기장 내 스크린을 통한 느린 장면 보여주기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29일 보도했다.

리플레이 논란은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16강전에서 비롯됐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테베스가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았지만 테베스는 이미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고 이 장면이 전광판을 통해 다시 보이면서 오심 논란이 증폭됐다.

앞서 열린 독일-잉글랜드의 16강전에서도 잉글랜드 프랭크 램퍼드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으로 떨어졌지만 골로 인정되지 않았기에 ‘심봉사 주심론’은 극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니콜라스 마인고트 FIFA 대변인은 “전광판으로 경기 모습을 다시 보인 것은 실수였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마인고트 대변인은 “전광판은 경기 시작에 앞서 이전 경기 영상을 보여주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축구팬과 언론의 오심 비판 여론이 들끓자 FIFA가 엉뚱하게도 경기장의 리플레이 화면에 오심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FIFA의 이런 대응은 비난 여론만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비디오 판정을 도입하거나 아니면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강공을 날렸다. 하지만 마인고트 대변인은 “FIFA는 비디오 판정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디오 판정 도입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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