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월드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일 03시 00분


브라질-아르헨 등
5개팀 출전해
4개팀이 8강 진군

13개국 출전한 유럽
독일 등 3팀만 남아

자칫하면 남미팀끼리 4강전
사상초유 결과 벌어질 수도

2014년에는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36년 만에 남미 대륙인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8강이 모두 가려진 30일 남아공 월드컵은 미리 보는 브라질 월드컵 같은 분위기다.

남미는 이번 대회에 5팀이 출전해 모두 16강에 올랐고 여세를 몰아 8강에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팀이 진출했다. 지역 예선에서 2위를 차지한 칠레가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0-3으로 져 귀국길에 올랐을 뿐이다. 브라질 언론은 ‘남아공 월드컵이 코파아메리카(4년마다 열리는 남미 국가대항대회)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반면 세계 축구를 양분해 왔던 유럽은 이번 대회에 13팀을 내보내고도 8강에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3팀만 남았다.

8강전에선 브라질-네덜란드, 아르헨티나-독일, 우루과이-가나, 파라과이-스페인이 맞붙는다. 경우에 따라선 4강이 모두 남미 팀으로만 꾸려지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생길 수도 있다. 이전 대회에서 남미 팀끼리 4강 대결을 벌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 만큼 이번 대회 남미 대륙의 강세는 역대 최고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월드컵이 열린 이후 남미 팀이 유럽 팀보다 8강에 많이 올랐던 적은 없었다. 이전까진 8강에 남미 팀이 가장 많이 올라간 게 3개 팀(1970, 1978년)이고 유럽은 8강에 가장 적게 올려놓은 경우가 4개 팀이었다.

참가국이 32개 팀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로도 마찬가지. 1998년과 2006년에는 유럽 6개 팀(남미 2개 팀), 2002년에는 유럽 4개 팀(남미, 아시아, 북중미, 아프리카 각 1개 팀)이 올랐다.

남미의 강세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남미가 남아공과 같은 남반구에 있어 계절이 비슷하고 남미 역시 남아공의 개최 도시들처럼 고지대가 많은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반면 유럽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유럽 밖에서 경기를 해 본 경험이 드물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남미의 다른 팀들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파라과이와 칠레의 경우 감독이 아르헨티나 출신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남미의 축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남미 국가들은 자국의 프로축구 리그를 통해 유망주들을 발굴한 뒤 좀 더 큰 무대로 진출시키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 높은 축구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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