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포르투갈의 16강전이 열린 30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 관중은 스페인의 등번호 ‘7번’이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등번호 ‘7번’은 스페인에는 특별한 존재다. ‘살아있는 전설’인 골잡이 라울 곤살레스의 등번호였기 때문이다. 이 귀중한 등번호를 물려받아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다.
스페인은 이날 비야의 결승골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비야는 4골을 기록하며 곤살로 이과인(아르헨티나), 16강에서 탈락한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비테크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비야는 스페인의 ‘새로운 전설’로 불릴 만했다. 비야는 사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과 호흡을 맞춰 귀중한 골을 터뜨렸다.
스페인이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전 전승으로 본선 진출권을 따내는 데 비야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비야는 10경기 중 7경기에 나서 7골을 넣어 스페인이 올린 28골의 25%를 혼자 해결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스페인이 얻은 5골 중 4골을 쓸어 담으며 스페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에서는 두 골을 넣었다.
비야는 어디서나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날렸고 동료 머리 위에 정확히 연결되는 크로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비야의 활약으로 스페인은 조 1위를 차지해 16강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을 피할 수 있었다.
이날 양 팀은 무수한 슛을 날리며 공방전을 벌이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비야는 후반 18분 포르투갈 골대 앞에서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왼발슛을 날렸고 골키퍼를 맞고 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다시 차 골망을 흔들었다.
비야가 월드컵 역사에 단 세 번만 있는 우승-득점왕(1978년 아르헨티나·마리오 켐페스, 1982년 이탈리아·다이엘레 데 로시, 2002년 브라질·호나우두)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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