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다이어리]<1>박주영 팔꿈치 탈골…족구중 “악!”… 하늘이 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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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일 03시 00분


뼈 맞추고 부기 빼고 물 빼고경기 앞두고 초긴장 상태아픈 티 안내고 묵묵히 훈련주영 투지에 모두 하나로 뭉쳐

박주영(오른쪽)이 지난달 4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캄플 경기장에서 족구를 하던중 가위차기를 하며 땅을 짚은 왼쪽 팔꿈치가 탈골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주영(오른쪽)이 지난달 4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캄플 경기장에서 족구를 하던중 가위차기를 하며 땅을 짚은 왼쪽 팔꿈치가 탈골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축구인이 아닌 의사의 눈으로 지켜본 남아공 월드컵은 어땠을까. 한국 축구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41·유나이티드병원장)는 해외 전지훈련부터 본선까지 모두 따라다녔다. 그는 “선수들을 다시 봤다”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는 태극전사들의 투지와 각오를 얘기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부터 태극전사들을 보살피며 ‘축구의학’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송 박사의 ‘월드컵 메디컬 다이어리’를 통해 대표팀의 숨은 모습을 소개한다.》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전지훈련에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마친 다음 날인 4일 한국 축구대표팀은 회복훈련으로 족구를 했다. 족구를 하다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여유롭게 선수들이 웃고 떠들며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박주영(AS 모나코)이 가위차기를 하고 나서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왼쪽 팔꿈치를 움켜잡고 일어나지 않자 깜짝 놀라 달려갔다. 왼쪽 팔꿈치가 탈골됐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물론 태극전사들도 발칵 뒤집혔다.

박주영이 누구인가.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가 아닌가. 축구는 발로 하지만 팔은 몸의 중심을 잡아주고 방향 전환과 다양한 기술을 발휘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주영의 팔꿈치 부상은 대표팀 전력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곧바로 정복술(뼈를 맞추는 시술)을 실시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다행히 뼈는 잘 맞았다. 정복이 늦으면 중요한 신경을 건드려 자칫 팔이 마비될 수도 있다. 박주영이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왼쪽 팔꿈치 습관성 탈골이 있었다고 하지만 탈골은 의학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의무팀은 박주영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박주영의 컨디션 난조는 대표팀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고주파와 레이저 치료기로 ‘부기 빼기 작전’을 닷새간 집중 실시했다. 목표는 17일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B조 2차전까지 컨디션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스를 2-0으로 꺾고 아르헨티나 경기를 앞두고 팔꿈치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물이 찬다는 것은 부기가 빠지는 마지막 단계다. 물을 두 번 빼주자 박주영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박주영은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는 팀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23일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해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주도했다. 26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골포스트를 맞히기는 했지만 활기찬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이 운이 좋지 않아 추가 골을 넣지 못해 1-2로 졌지만 박주영의 활약은 빛났다. 의무팀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

치료 과정에서 박주영의 투지를 다시 봤다. 팔꿈치를 다친 날 바로 숙소로 돌아가도 되지만 “내가 빠지면 안 된다”며 끝까지 훈련을 지켜봤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괜찮냐”고 물으면 활짝 웃으면서 “걱정 말라”고 했고 오히려 의무팀을 위로했다. 훈련할 때 팔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는 뜻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16강이란 목표로 하나가 된 대표팀의 분위기를 자신의 부상 때문에 깨선 안 된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대표팀 주치의·유나이티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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