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 월드컵]개인기의 남미, 자불라니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이번 월드컵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남미 축구의 초강세’다. 8강 가운데 네 팀(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이 남미 팀이며 8강 진출에 실패한 칠레(브라질에 패)까지 다섯 팀 모두가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남미와 한 식구라 할 만한 멕시코(아르헨티나에 패)도 16강 고지를 밟았고 남미와 촌수가 멀지 않은 유럽의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고려하면 라틴 축구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할 만하다.

남미 축구가 성공한 원동력은 역시 ‘기술’이다. 위에 언급된 팀들의 스타일이 한결같지는 않다. 같은 남미라 해도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공격적인 마인드로 중무장한 팀이며,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는 강인한 수비를 최우선으로 삼는 팀들이다. 둥가의 브라질은 우수한 수비와 공격적 재능을 실리적으로 접목한 절충형에 가깝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구별되는 스타일임에도 서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선수들의 높은 기술력과 섬세함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미 축구의 기술적 섬세함은 아주 돋보였다. 첫째, 악명 높은 공인구 자불라니는 선수들이 긴 패스와 공중볼을 마음먹은 대로 통제할 수 없게 했다. 이는 짧은 패스와 그라운드 볼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라틴 축구에 한결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가볍고 탄성이 큰 자불라니 앞에서는 정교한 자가 살아남는다.

둘째, 수비 트렌드다. 팀들 간 전력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거의 모든 팀의 전술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월드컵의 상당수 팀은 수비 대형을 갖추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주력했다. 이렇게 수비 중심으로 나오는 상대를 깨뜨릴 수 있는 궁극의 무기야말로 기술적 능력 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이상 아르헨티나), 다비드 비야(스페인), 호비뉴, 마이콩(이상 브라질), 디에고 포를란, 루이스 수아레스(이상 우루과이), 알렉시스 산체스(칠레) 등이야말로 수비 위주로 나오는 상대방을 무릎 꿇리는 최적의 무기였다.

물론 남미 선수들이 남아공의 기후에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언급될 필요는 있겠다.

라틴 축구가 활개를 치는 가운데서도 8강 대열에 합류하는 데 성공한 독일과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의 흐름에 가장 잘 적응한 유럽 팀이다. 남미식 플레이메이커인 메주트 외칠을 중심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패스와 움직임이 돋보이는 독일은 상대 수비진에 가장 부담을 주는 유럽 팀으로 거듭났다. 화려한 전통은 접어두고 브라질식 실리 축구 쪽에 가까워진 네덜란드 또한 아르연 로번의 부상이 회복됨에 따라 남미를 연상케 하는 기술적 무기를 장착한 듯하다.

아프리카의 명예를 지킨 가나는 조직력, 체력, 성실성 등의 측면에서 다른 아프리카 팀들보다 나은 팀임을 이번에도 증명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아디다스, 결승전 ‘무혈입성’▼

팀후원 스포츠 용품업체도 월드컵전쟁
나이키-푸마 후원팀 승자와 격돌


월드컵은 연인원 300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 스포츠 용품업체들도 4년마다 사활을 건 전쟁을 한다. 우승팀 후원업체가 얻는 유무형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 출전 32개 팀을 후원한 업체는 7개이지만 8강까지 살아남은 업체는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3곳이다. 엄브로(잉글랜드), 호마(온두라스), 브룩스(칠레), 레게아(북한) 등 4개 업체는 탈락했다.

아디다스는 후원한 12팀 가운데 아르헨티나, 스페인, 독일, 파라과이의 4팀(33.3%)이 8강에 진출했다. 나이키는 9팀 가운데 브라질과 네덜란드 2팀(22.2%), 푸마는 7팀 중 우루과이와 가나 2팀(28.6%)이 살아남았다. 8강 생존율은 아디다스-푸마-나이키 순이다.

8강전은 공교롭게도 같은 후원업체를 가진 팀끼리 맞붙게 됐다. 2일 브라질-네덜란드(이상 나이키 후원)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독일, 스페인-파라과이(이상 아디다스), 우루과이-가나(이상 푸마)로 이어진다. 특히 아디다스는 후원하는 4팀이 한쪽에 몰려 있어 결승 진출을 확보했다. 결국 결승전은 아디다스와 나이키-푸마 승자의 대결이다.

1998년 프랑스에서는 아디다스(프랑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나이키(브라질), 2006년 독일에서는 푸마(이탈리아)가 스폰서 전쟁의 승자가 됐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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