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승리의 기쁨도 누렸다. 2007년 12월 선임 당시 대표팀 사령탑의 국내 감독 복귀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냈던 축구인들은 이제 그의 지도력을 인정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은 6월로 계약 기간이 끝난 허 감독과의 재계약에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허 감독이 감독직을 잘 수행했다’고 답했을 만큼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라는 짐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쪽에서는 허 감독에게 계속 맡겨야 한다는 기류가 셌던 만큼 그의 결정은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 한 의지의 결과다. 허 감독만큼이나 부인 최미나 씨와 두 딸 등 가족들도 감독 부임 기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 감독이 이룬 중요한 성과는 ‘국내 감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허 감독은 자신의 뒤를 이을 국내 지도자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생각을 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은 적잖은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 이운재, 안정환, 이영표 등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은 남아공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 유니폼을 벗는다. 또 허 감독이 감독직을 계속 맡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4년 후 브라질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하기는 힘들다. 선수 및 코치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여유를 갖고 준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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