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8연승의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삼성과 최악의 12연패 나락에 빠져있는 KIA가 맞붙을 예정이던 2일 대구구장. 삼성 선수들이 훈련을 얼추 마무리해가던 오후 3시40분께 빗줄기가 굵어졌다. 오후 3시 무렵부터 구장에 나와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 중이던 한국야구위원회(KBO) 윤동균 경기감독관은 급기야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삼성 덕아웃으로 내려온 윤 감독관은 선동열 감독에게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엔 비가 6mm 정도 예보돼 있더라. 인조잔디에선 부상 위험도 높아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도 “서울쪽은 다 취소될 텐데 괜히 우리만 경기할 필요 있겠습니까”라며 순순히 윤 감독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연승 기세를 타고 있는 만큼 웬만한 빗속에서는 경기 강행을 고집할 법도 했지만 평소 심판 판정에 그다지 토를 달지 않던 스타일대로 선 감독은 우천취소에도 호탕한 웃음만 지었다.
선 감독은 이어 “저기(KIA)도 게임 하기 싫을 텐데. 남 일 같지가 않다”는 다소 뜻밖의 말까지 덧붙였다. 그 역시 삼성 수석코치였던 2004년 10연패의 악몽 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터라 KIA의 최근 팀 분위기를 십분 이해한다는 의미였다.
일찌감치 취소가 결정되자 KIA 선수단은 삼성의 경산볼파크로 향했다. 광주에서 SK와 3연전을 치르고 이날 새벽 늦게 대구에 도착해 피곤했겠지만 훈련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오후 4시를 넘어서자 대구구장의 빗줄기는 가늘어졌다. 잠시 뒤에는 아예 비가 멎기도 했다. 경기를 강행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날의 경기 취소가 KIA에 어떻게 작용할까. 대구구장에 퍼부은 비가 어쩌면 KIA에게는 ‘금싸라기’ 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삼성에게도 달콤한 휴식 같은 비가 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