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4팀만 남겨 놨다. 전국을 붉은 물결로 뒤덮던 월드컵 열기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한 한국이 우루과이에 져 귀국한 뒤 한풀 꺾인 듯 보인다. 월드컵 개막일인 지난달 11일부터 30일까지 평균 8855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월드컵 이전보다 29.3%가 줄었지만 예년 월드컵 기간에 비해 감소 폭이 크지 않다. 이 추세라면 목표로 내세운 650만 명은 어려워도 사상 첫 600만 관중은 가능하다. 월드컵이라는 큰 고비는 잘 넘겼지만 프로야구 흥행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 KIA의 부진이다.
지난해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데는 KIA의 우승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롯데가 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지만 부산과 서울을 제외한 곳에서는 티켓 파워가 크지 않다. 반면 KIA는 어느 지역에서도 관중 동원력이 막강하다. 사실상 유일한 전국 구단인 셈”이라고 말한다.
KIA는 광주구장의 규모가 작아 홈 관중 수에서는 3만 석 안팎의 야구장을 가진 롯데, 두산, LG, SK를 당할 수 없다. 그러나 방문 경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8년 KIA는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홈 관중은 삼성, 한화에도 뒤져 7위에 그쳤다. 그러나 방문 관중은 1위였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지난해에는 홈 관중 순위가 5위로 껑충 뛰었고 방문 관중은 전년보다 2000명이나 늘어나 1위(1만5287명)를 지켰다.
올 6월 중순까지 방문 관중 1위였던 KIA는 최근 롯데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홈 관중은 5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6위 삼성과의 격차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달 18일 연패를 시작한 이후 홈 관중은 3500명을 넘긴 적이 없다.
1980, 90년대였다면 KIA 구단 버스는 진작 분노한 팬들에게 둘러싸였을지 모른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야구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지만 계속되는 부진은 결국 팬들의 외면을 부른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 관중 돌파는 KIA의 회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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