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속 화초가 억척 또순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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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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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닝클래식 우승 최나연의 홀로서기 1년

“밥 직접 해먹으며 출전
성 격도 적극적으로 변해
위기에서도 자신감 생겨”

최나연이 얼짱 이미지에서 벗어나 당찬 또순이로 변신했다. 지난해 자선행사에서 담근 김장김치를 들어 보이고 있는 최나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나연이 얼짱 이미지에서 벗어나 당찬 또순이로 변신했다. 지난해 자선행사에서 담근 김장김치를 들어 보이고 있는 최나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나연(23·SK텔레콤)은 ‘얼짱 골퍼’로 불린다. 단발에 중성적인 이미지를 지녔어도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누린다. 1남 1녀의 막내로 곱게 자라며 다 커서도 세수할 때를 빼면 손에 물을 묻힐 일이 거의 없었다.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해서는 부모가 늘 동행하며 온갖 뒷바라지를 다했다.

그런 최나연이 올 들어 달라졌다. 온실 속 공주로 살다가 억척스러운 또순이로 바뀐 듯하다. 지난해 독립을 선언한 뒤 부모의 도움 없이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대회 때마다 취사가 가능한 숙소를 잡고 밥도 직접 해먹으며 출전하고 있다. 지난주 LPGA챔피언십에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마침 한국에서 소속사인 SK텔레콤 스포츠단과 매니지먼트 회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의 관계자들이 응원을 왔다. 최나연은 외식을 권하던 이들에게 손수 닭볶음탕과 떡볶이에 밥을 지어 저녁 대접을 했다. 동료 선후배들에게도 식사를 내는 일이 잦다. 최나연은 “대회에 출전하면 월요일에 1주일 동안 먹을 장을 보는 게 중요한 일과다. 잘 먹어야 힘도 나지 않느냐. 새로운 식단 발굴이 과제”라며 웃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최나연이 자신 있는 메뉴. 훈련으로 몸은 파김치여도 밤늦은 시간에 다음 날 아침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쌀을 씻고 국을 끓인다. 양념과 음식 간을 잘 맞추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장거리 음식 레슨을 받는다.

입이 짧고 낯가림이 심한 그의 성격도 어느새 변했다.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친해지려 하고 팬들의 사인 요청에도 밝은 표정으로 응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결하기에 고단하기는 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커졌다.

5일 끝난 제이미 파 오언스 코닝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둔 최나연은 “달라진 생활 태도가 우승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나연의 아버지 최병호 씨는 “혼자 해보겠다고 해 불안했다. 이젠 철이 든 것 같아 대견스럽다”며 딸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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