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우승해야 세계경기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15시 39분


올해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을 우려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까.

'무적함대' 스페인이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격파하고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세계 경기회복에 더 유리하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솔로몬투자증권은 9일 "세계 경기둔화 정도의 차이가 이번 월드컵 결승전 한판에 달렸다"며 "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스페인이 우승한다면 세계 경기회복이나 경기 둔화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는 데 긍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국 외에 우승국들도 월드컵이 열린 해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1986년부터 2006년까지 월드컵 우승국들의 경제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우승년도의 경제 성장률이 전년보다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됐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제외하고 5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나타났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의 우승국인 아르헨티나는 그 해 경제 성장률이 7.1%까지 치솟았다. 1985년 경제 성장률이 -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드컵 우승 효과가 경제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친 것.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서독이 우승하면서 전년(3.9%)보다 높은 5.7%의 경제 성장을 이뤘다.

지난 20년 동안 1994년과 2002년 두 번이나 우승한 브라질은 우승년도에 각각 5.9%, 2.7% 성장해 전년 경제 성장률 4.9%, 1.3%를 웃돌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국인 이탈리아도 그해 2% 성장하며 전년 성장률(0.66%)을 눌렀다.

따라서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분류되며 경제 측면에서 체면을 구긴 스페인이 우승한다면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양호한 네덜란드보다 세계 경기회복에 더 긍정적이라는 게 이 증권사의 분석이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인이 우승하면 과거 월드컵 우승국처럼 급진적인 경제 회복을 보이지 않더라고 주류·의류·스포츠 같은 내수산업 진작 효과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심리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는 유로존을 비롯해 세계 경기에 미묘하게나마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대외 경기상황과 외국인 매수세에 의존하는 국내 증시에도 간접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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