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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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19시 20분



지난달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경기장.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독일에 1-4로 참패한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카메라에 가장 먼저 비친 얼굴은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감독이 되기엔 너무 이른 나이. 하지만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그의 이름을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5·LA갤럭시) 얘기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의 글로벌 홍보대사인 그가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가진 월드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났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홍콩, 인도 등 19개국 언론사 취재진과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90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아일보는 한국을 대표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모두 봤고, 팀의 일원으로 함께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를 봤느냐는 질문에 베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며 "16강 진출은 대단한 업적이자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극찬했다.

그는 "특히 한국 선수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직력도 높게 평가했다. 독일처럼 하나의 결집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선수만을 고르기 힘들다"고 답했다. 조직력이 좋은 한국은 팀으로 빛이 나 팀 전체를 꼽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베컴은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가 머리 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나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젊은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보러온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 보물 1호는 아내와 세 아들


베컴은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성그룹 '스파이스 걸즈' 멤버였던 아내 빅토리아와 세 아들 얘기를 할 때면 흥에 겨워 목소리가 높아졌고, 흐뭇한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온 몸에 문신을 한 타투 마니아인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문신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주저 없이 "등에 새겨진 세 아들 이름과 팔에 새겨진 아내 이름 문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들이 문신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할 건가"라고 묻자 "아내가 그걸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도 문신을 좀 했었는데 어머니가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을 당시 축구장을 찾은 아내와의 첫 만남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너무 부끄러워 처음에 말도 못 붙였던 사연, 첫 키스 장소, 처음 3개월 동안 비밀 만남을 가졌던 추억 등을 회상할 땐 수줍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베컴은 "내 모든 계획의 최우선 순위는 아내와 세 아들"이라며 '공인 애처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결승골 넣고 싶어

베컴은 감독직과 관련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만 아직은 선수로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으로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베컴은 자신을 한 마디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결단력'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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