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신예 투수 고원준(20)과 문성현(19). 넥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이들의 장점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을 얘기한다. 높은 지능과 강한 배짱. 투수 조련사로 유명한 김시진 넥센 감독이 강조하는 공격적인 피칭을 위한 바탕이다.
고원준과 문성현 모두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는 신인이다. 고원준은 지난해 입단해 2군에서만 뛰었다. 올 시즌 주로 패전 처리로 등판하던 그가 이름을 알린 건 5월 12일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 투수로 나서면서부터. 그는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첫 승을 거뒀다. 두 번째 SK전에선 7과 3분의 1이닝 동안 노히트노런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단숨에 ‘제2의 류현진’ ‘미래 최고 우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혜성처럼 나타났기에 지난겨울 특별 훈련을 받았을 것 같지만 고원준은 팀의 해외 전지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한 채 오른쪽 팔꿈치 재활에 매달렸다. 개막을 한 달 정도 앞두고서야 공을 던질 때 팔꿈치 위치를 수정하는 등 본격적인 지도를 받았다. 짧은 시간에 그렇게 바뀐 건 그만큼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
그의 주무기 중 하나는 시속 85∼90km까지 떨어지는 느린 커브. 정민태 넥센 투수 코치가 현역 시절 타자들을 농락했던 구질이다. 정 코치는 “많은 선수에게 느린 커브를 가르쳐봤지만 원준이처럼 빨리 그리고 제대로 소화하는 선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성현정 코치는 넥센의 새 영웅으로 문성현도 꼽았다. 올해 입단한 문성현의 선발 데뷔전은 좋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0일 롯데전에 선발투수로 나가 1과 3분의 1이닝 동안 5안타 5실점했다. 문성현은 “정말 정신없이 맞았다. 그날 이후 정신 바짝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신예답지 않은 문성현의 경기 운영 능력은 개막 전부터 김 감독이 인정했을 정도다. 그는 프로에 와서 직구 스피드도 늘리고 체인지업과 투심도 익히는 등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들이지만 성장통도 만만치 않다. 고원준은 상대 팀들의 집중 분석이 들어간 6월부터는 실점이 크게 늘었다. 기복도 심한 편이다. 16일 현재 4승 5패 평균자책 3.72. 문성현은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리 없이 4패만 기록 중이다.
이들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은 몇 년 후에는 우승하리라 기대하는 넥센 팬들에게 큰 즐거움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