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간된 신동아 8월호는 '지장 허정무, 히딩크가 한국 축구 말아먹었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인용하거나 발췌한 다른 언론의 보도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오르면서 허 감독을 비난하는 글이 수천 개가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신동아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짠 게 있나요? 그는 철저하게 단기적인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모든 전략과 전술을 2002년에만 맞췄으니까요. 2002년 이후를 내다보는 세대교체, 특히 취약한 수비 부문의 세대교체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썼습니다"는 허 감독의 말을 전했다. 허 감독은 이어 "히딩크의 뒤를 이은 쿠엘류, 본프레러, 베어벡도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코앞의 성적 올리기에만 몰두했지 밑바닥에서부터 유망주들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없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사람들이 한국 축구를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라고 지적했다
13일 인터뷰 때 함께 취재했던 기자도 허 감독으로부터 분명 이와 똑같은 내용의 얘기를 들었다. 본보도 당시 인터뷰를 17일자 A20면에 실었다. 반면 신동아는 허 감독으로부터 녹취한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문제는 허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대놓고 비난한 것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허 감독은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외국인 감독을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그동안 거쳐 간 외국인 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외국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허 감독은 "외국인 감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냉정한 평가보다는 외국인 감독을 무조건 선호하는 사대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20일 전화 통화에서도 "월드컵 4강을 이룬 히딩크 감독의 업적은 인정해야 하고 존경받아야 한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도 역시 세대교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네티즌들의 글 중에는 '기사를 잘 읽어보면 허 감독의 뜻을 알 수 있을 텐데'라는 글도 보였다. 허 감독의 말이 잘못 이해된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