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제주 돌풍의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5일 22시 38분


K리그 만년 하위 팀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제주는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방문 경기에서 3-2 역전승을 거두고 6연승을 질주하며 8승 4무 1패(승점 28)로 단독 1위를 지켰다. 제주는 왜 강하며 제주발 돌풍은 계속될까.

●패스 축구의 완성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제주를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축구 스타일에 가장 근접한 K리그 팀으로 꼽았다. 세밀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계속 압박한다는 것.

제주는 김은중을 원톱에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쓰는 데 산토스, 네코가 뒤를 받치고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이 공격에 적극 가담한다. 한 위원은 "공격할 때 이들의 자리가 겹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며 "지난해까지 2년 간 팀을 맡았던 브라질 출신의 알툴 베르날데스 감독이 제주에 세밀한 패스 축구를 심었는데 박 감독이 이를 더욱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수비-미드필드-공격 라인의 간격이 경기 내내 유지되는 것도 제주의 강점이다.

제주의 조직력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제주는 17일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볼 점유율 52-48로 우위를 차지한 가운데 21개의 슈팅을 쏟아 부어 5-0 대승을 거뒀고 24일 인천전에선 59-41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상대를 압박한 끝에 1-2로 뒤지던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선수 역량을 최대화하는 박경훈 감독의 리더십

지난해 11월 부임한 박 감독은 '프로 선수는 이미 완성된 상태이고 감독은 선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칭찬하기 △책임감 부여 △단기 목표 설정의 방법을 쓴다.

박 감독은 "질책은 선수를 움츠리게 할 뿐이다. 칭찬을 많이 하면서 선수들에겐 실수를 두려워 말고 경기를 즐기라고 강조 한다"고 말했다.

뛰어난 스트라이커지만 최근 몇 년간 하향세이던 베테랑 김은중을 올 시즌 제주로 영입하면서 주장 완장을 채운 것은 책임감을 동기 부여의 도구로 활용한 예. 김은중은 기대에 부응해 올 시즌 17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최근 정규리그 3경기에서 4골 3도움을 올리며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박 감독은 또 1개월 단위로 단기 목표를 세워 선수들에게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면 휴가 등으로 보상한다. 김은중은 "명확한 목표 때문에 경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돌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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