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北월드컵대표팀, 귀국후 사상비판 회부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7월 27일 13시 25분


우려가 현실이 됐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조별예선 탈락을 맛봤던 북한 축구대표팀이 귀국 후 사상비판에 회부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내부소식에 정통한 중국인 사업가 유모씨의 말을 빌려 “지난 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월드컵에 참가한 축구선수들을 놓고 사상투쟁회의가 있었다”며 “다만 (재일교포인) 정대세와 안명학은 사상투쟁회의에서 제외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식통은 사상투쟁회의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선수들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졌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매체는 평양시의 한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같은 날 인민문화궁전 대회의실에서 중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박명철 체육상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컵에 참가한 국가종합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대논쟁 모임이 있었다”면서 “체육성 산하 각 종목별 선수들과 평양체육대학(조선체육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학 체육학부 학생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회의가 열렸다”고 이 사실을 재차 확인시켰다.

이번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이유는 외부세계의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소식통의 설명.

계속해서 이 매체는 “이날 회의는 대표팀 선수들과 김정훈 감독이 비판무대에 올라선 가운데 체육성 산하 각 종목별 선수 대표들과 대학 대표들의 비판이 있었다. 또 이동규 해설원이 개별적 선수들의 결함을 들춰내면 다른 참가자들이 연이어 비판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회의 마지막에는 대표팀 선수들을 한사람씩 내세워 김 감독을 비판하게 함으로써 이번 월드컵 패배의 모든 책임을 김 감독에게 물었다”고 알렸다.

이 매체는 마지막으로 또 다른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 상황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신의주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국가종합선수단을 책임진 지도원(감독)이 출당을 맞았다는 소문도 있고, 혁명화로 평양시 살림집건설현장에 투입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에 의하면, 사상비판에 회부된 주요내용은 ‘김정은 청년장군의 믿음을 져버렸다’는 것.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김 감독은 무사치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44년 전에도 일어난 적이 있다. 지난 1966년 월드컵 8강에 성공했던 북한 축구단은 귀국 후 수용소행을 했거나 혁명화로 지방에 추방된 전례가 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16강 실패를 놓고도 체육문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북한 권력의 특성상 이번 축구대표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돌던 상황이었다. 많은 나라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사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북한의 국제적 조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북한 축구대표팀.동아일보DB)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