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9일 독일 보훔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4강전에서 1-5로 졌다. FIFA 주관 대회에서 성인과 유소년 통틀어 첫 결승 진출을 노렸던 한국은 결승 문턱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개최국 독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대표팀은 한국 여자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FIFA 랭킹 2위인 독일은 강력한 우승 후보답게 강했다. 대표팀은 평균 신장이 170cm가 넘는 독일 선수들의 몸싸움에 밀려 제대로 공을 잡지도 못했다. 제공권에서도 밀렸다. 비가 내려 공과 그라운드가 미끄러워 특유의 개인기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독일은 특유의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의 문전을 위협했다.
결국 전반 13분 스베냐 후트가 문전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넘어지면서 슛한 것이 골로 연결됐다. 이어 전반 26분 킴 쿨리히가 추가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는 51%로 앞섰지만 슛을 3번 밖에 날리지 못할 정도로 독일 수비에 고전했다.
전반을 0-2로 마친 한국은 후반 골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갔다. 골 기회도 여러 번 나왔다. 후반 10분 이민아(영진전문대)가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받아 골대 왼쪽에서 강하게 찬 슛이 아쉽게 벗어났다. 특히 4경기에서 6골을 기록한 지소연(한양여대)이 살아나면서 한국의 공격은 활기를 띠었다. 지소연은 특유의 드리블을 선보이며 독일 문전을 헤집고 다녔다. 후반 19분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치며 빠른 돌파를 한 뒤 오른발로 감아 찬 슛이 독일 골대를 흔들었다. 그 사이 독일은 후반 5분, 22분 득점왕 후보 알렉산드라 포프의 골(8, 9호)과 후반 8분 쿨리히의 골로 멀리 앞서 갔다. 대표팀의 수문장 문소리(울산과학대)는 여러 차례 선방하며 활약했지만 독일의 골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대표팀은 아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200여 명의 한국 축구팬들은 끝까지 잘 싸워준 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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