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국여자축구가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져 3∼4위 순위 결정전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아직 새 역사를 쓸 기회는 남아 있다.
지소연(19·한양여대). ‘지메시’라는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 지소연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프리롤’ 역할을 두루 수행하는 동안 대회 7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 안타까운 패배를 안긴 동갑내기 독일 주포 알렉산드라 포프(FCR 뒤스부르크)와 득점왕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프는 9골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남은 콜롬비아와의 3∼4위전에서 충분히 역전도 가능하다.
더불어 지소연은 대회 최우수선수상(MVP)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에선 4위를 차지한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이 MVP를 수상했다. FIFA 테크니컬 그룹과 기술진, 축구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MVP 후보를 선정하고,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꼭 우승 팀에서 수상자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신장 160cm 단신인 지소연은 탁월한 패스와 볼 컨트롤, 발군의 골 결정력으로 한국 여자축구의 확실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최연소 A매치 출전(15세8개월), 최연소 A매치 득점(15세10개월) 기록은 부수적인 부분일 뿐이다.
특히 지소연의 강점은 특유의 ‘몰아치기’이다. 14일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 대회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4-0 승리를 이끌었다. 4-2로 승리한 가나와 2차전에서도 두 골을 넣었고, 멕시코와 8강전(3-1 승)에서도 한 골을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과 4강전에서도 상대 수비수 2명을 환상적인 드리블로 제치고 만회 골을 성공시켜 영패를 면하게끔 했다.
지소연은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U-17 여자월드컵에서도 포프와 경쟁했다. 독일전에 앞서 “틀림없이 이길 수 있다. 꼭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도 포프와의 강한 승부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이란 타이틀을 달고 뛸 수 있는 생애 마지막 무대에서 라이벌의 콧대를 꺾어놓겠다는 다부진 자신감과 의지 때문인지 지소연은 독일전이 끝난 뒤 분한 마음에 펑펑 눈물을 쏟았다.
지소연을 키워낸 이상엽 여자대표팀 감독(한양여대)은 “무엇보다 제 플레이를 해야 한다. 과감하고 빠른 전진 패스가 많아져야 한다. 지소연이 패스를 주고 돌아 들어가는 타이밍이 좋을 때 최상의 움직임이 나왔다.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좋은 경기가 나오리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