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4강 신화 창조’에 아낌없는 박수악몽이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악명 높았던 공인구 ‘자블라니’는 여자선수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다.
한 골, 두 골씩 늘어나더니 급기야 5골이 되었다. 실점 때마다 머쓱한 듯 연신 멋쩍은 미소를 짓다가 종료휘슬이 울린 뒤에는 울음을 터뜨린 U-20 여자대표팀의 수문장 문소리(20·울산과학대·사진).
무려 5실점을 했지만 그녀에겐 쓴 소리 보다 따스한 격려가 더 많았다.
문소리의 미니 홈피를 비롯한 각종 축구 관련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에는 ‘언니(누나), 수고했어요!’ ‘최선을 다한 그대들이여, 이젠 즐겨라!’ ‘오늘 당신들의 울음이 내일의 웃음이 되길’ ‘오늘 전 미소 천사를 봤습니다. 독일 그라운드에서요’ 등등 갖은 격려가 이어졌다.
독일 보훔 그라운드에 쏟아진 빗줄기와 땀, 눈물로 뒤범벅이 된 문소리는 이번 대회가 배출한 또 한 명의 스타다.
축구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얀 피부와 깔끔한 미소, 모델 수준의 훤칠한 키와 늘씬한 몸매로 축구 팬들 사이에서 문소리는 이미 ‘얼짱 스타’로 통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니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새삼 실감할 정도.
동대문 시장에서 수년 째 의류 장사를 하고 있는 문소리의 어머니 백정아(42) 씨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딸이 동료들과 떠날 때 ‘귀국 장에는 많은 인파로 이곳을 채우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딸은 간절히 희망했던 우승컵을 품에 안지 못했다.
하지만 열악한 한국 여자축구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불러왔으니 딸은 엄마와의 약속을 어느 정도는 지킨 셈이다.
“돌아오면 맛있는 거 해줘야죠. 벌써부터 설레는데요. 우리 딸, 콜롬비아전 때는 훨씬 잘할 거에요.”(백정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