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조 감독 앞에서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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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일 1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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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얄밉네."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 1차 엔트리 발표를 1주일여 앞둔 지난 5월 중순. 조범현 KIA 감독의 입에서는 이런 탄식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이유인즉 야구대표팀 사령탑을 겸하고 있는 조범현 감독 눈에 들기 위해 각 팀 주축 선수들이 KIA전에서는 더욱 힘을 내는 모습이 뚜렷했기 때문.

이 때 조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때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김경문 두산 감독이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이 두산만 만나면 미친 듯이 야구를 해 힘들었다. 김 감독이 올 시즌 고생 좀 하겠다'고 한 말이 실감이 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처럼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각 팀 주축 선수들이 대표팀 엔트리에 들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이유는 11월 12일부터 열리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가 금메달을 따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된 상태. 따라서 앞으로 금메달을 따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대회는 아시아경기 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던 일본이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져 한국의 금메달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5월 27일 발표한 대표팀 1차 엔트리는 60명. 이중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도 14명이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군 미필자.

대표팀 최종 엔트리 22명은 9월 중순 확정될 예정. 이에 따라 지난해 통합 우승팀으로서 포스트 시즌 진출의 하한선인 4강에는 들어야 체면을 세우는 KIA의 조범현 감독으로서는 앞으로의 한달이 최대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16연속 패배의 수렁에 겨우 벗어났던 KIA는 1일 SK와의 경기에서 7-0으로 완승을 거두는 등 최근 2연승을 거두며 5위 LG와 승차 없이 6위에 올라 있다.

"아무리 국가대표 후보지만 우리와의 경기에서 '잘하는 선수'는 얄밉다"는 조범현 감독. 하지만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그 '잘하는 선수들'을 뽑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조 감독. 그의 모습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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