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롱한 바르사… 그 명성 부끄럽지 않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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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참 6명 위약금 물더라도…” 막무가내 행보

결국 메시 뛰었지만 수많은 한국팬 등돌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 바르셀로나에 K리그는 물론 국내 축구팬들이 농락을 당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스페인과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4일 FC 바르셀로나와 K리그 올스타팀의 친선전을 열었다. 경기는 성공적으로 열렸을지 모르지만 과정은 그렇지 못했다. 처음부터 바르셀로나는 국내 축구팬은 안중에도 없었다.

당초 바르셀로나는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스페인 대표팀은 물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과 함께 한국을 찾기로 했다. 발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페인 언론에서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휴식을 이유로 방한하지 않겠다는 기사가 나왔다. 결국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빠진 채 바르셀로나는 한국 땅을 밟았다.

바르셀로나의 ‘역주행 드리블’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하루 전인 3일 바르셀로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메시는 출전하지 않는다”며 폭탄발언을 했다. 스페인 대표팀이 빠진 마당에 메시마저 빠지면 대회는 앙꼬 빠진 찐빵과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날 밤 연맹과 주최사 스포츠앤스토리가 바르셀로나의 이사진과 만났다. 스포츠앤스토리 정태성 대표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자 이사진은 “선수 출전은 감독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바르셀로나를 비난하는 기사를 보여주자 상황을 파악한 듯 과르디올라 감독과 면담을 가졌다. 결국 메시는 물론 주력 선수 대부분이 경기에 출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친선전을 위해 주최 측은 약 35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지급했다. 스페인 대표팀은 물론 메시 등 스타급 선수들을 출전시킨다는 구속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는 소용없었다. 정 대표는 “바르셀로나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했다. 태도와 말이 계속 바뀌어 우리도 당황스럽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메시는 출전했지만 이미 바르셀로나의 무례함에 국내 축구팬들은 발길을 돌렸다. 최고 11만 원에 달하는 티켓을 4만3000여 명이 구입했다. 하지만 메시마저 출전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많은 팬이 환불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인터넷에 “한국 축구팬은 봉인가”, “무례한 바르셀로나”라며 밤잠을 설치며 비난을 퍼부었다. 주최 측의 미숙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한편 계약조건에 당초 오기로 한 선수 중 6명이 안 와 1명당 1억 원씩 총 6억 원의 위약금을 내게 됐고, 20분 이상 뛰기로 계약한 메시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출전해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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