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가 11일 나이지리아와 리턴매치를 통해 힘차게 닻을 올렸다. 조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 데뷔전에서 ‘스리백(3-2-4-1 또는 3-2-5)’의 새로운 포메이션을 선보인 것도 평가할 만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유망주를 대거 실전에 투입한 것은 과거 눈앞의 성적에 급급했던 감독들에 견줘볼 때 의미가 크다.
조 감독은 윤빛가람(20) 조영철(21) 김영권(20) 등 대표팀 새내기를 선발로 내보냈고 후반에도 1989년생인 홍정호 김보경 이승렬을 투입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젊은선수 중엔 특히 미드필드 라인에서 윤빛가람, 기성용의 콤비플레이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축구인들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세대교체를 꾀한 첫 대표팀 감독으로 200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대표팀을 이끈 김호 감독을 꼽는다. 김 감독은 전임 감독제로 대표팀을 맡은 첫 사례였다. 김호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에 발탁돼 이후 한국축구의 큰 나무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홍명보 서정원 현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코치다.
김 감독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2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스페인과 2-2,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기고 독일에는 2-3으로 패하는 등 세계적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 감독 이후 많은 사람이 대표팀 사령탑을 거쳐 갔지만 당장의 성적 내기에 급급해 유망주들을 향후 한국축구의 주축으로 키운다는 생각은 갖지 못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차범근 감독이 당시 19세의 이동국이나 20세의 고종수를 데려간 정도가 꼽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오로지 성적에만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 얼굴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한국축구의 아이콘이 된 박지성이 대표적. 당시 21세였던 박지성은 월드컵의 경험과 이후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무대로 진출한 것을 계기로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월드컵 당시 25세의 이영표도 비슷한 경우.
히딩크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외국인 감독들이 계속 대표팀을 맡았지만 어린 선수들을 발탁한 파격적인 사례는 거의 찾기 어렵다. ‘외국 감독들이 한국축구를 망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 2002년 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은 한국축구가 피로감을 드러내며 하향곡선을 그렸던 시기였다.
올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룬 허정무 감독은 김호 감독 이후 다시 세대교체라는 화두를 전면에 끌어내 좋은 결과를 냈다. 허 감독은 부동의 국가대표 골키퍼 이운재 대신 정성룡을 주전으로 발탁하고 이청용(22) 기성용(21) 같은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강신우 MBC 해설위원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조광래 감독의 선수기용 또한 과감했고 조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유망주를 보는 안목을 감안할 때 한국축구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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