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후반 시작과 함께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그라운드가 흠뻑 젖었다. 군데군데 깊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이 때부터 정상적인 경기는 불가능했다. 드리블과 짧은 패스는 언감생심. 오로지 롱 패스에 의한 문전 앞 슛만이 유일한 전술로 자리 잡았다.
급기야 후반 23분,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 심판진과 경기감독관이 한데 모였다. 양 팀 감독에게도 의사를 물었다.
포항 박창현 감독대행은 “비가 멎고 그라운드 물이 좀 빠질 때까지만 잠시 경기를 중단하자”고 건의했다. 대구 이영진 감독은 “잠시 경기를 멈출 수는 있어도 절대 연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논의 끝에 경기는 다시 재개됐다. 축구가 아니라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 했다. 선수들은 뒤뚱뒤뚱 넘어지기 일쑤였고 이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와∼’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처럼 악천후에 대비해 경기장 배수시설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을까.
프로연맹에 문의하니 “배수에 관한 규정은 없다. 오늘처럼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 월드컵 경기도 별 다른 대책이 없을 것이다”는 답이 돌아왔다. K리그 2010 대회요강에도 ‘홈 구단은 강설 또는 강우 등 악천후의 경우에도 홈경기를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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