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불혹(不惑)의 나이를 앞두고 LG에서 SK로 이적한 최동수(39)는 요즘 적응에 한창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적지 않은 기대를 받고 있는 탓에 부담이 클 터. 게다가 SK는 1년 내내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한 팀이다.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최동수는 8월 초 대구 원정 경기 때 고된 훈련에 음료를 연방 들이켰다 경기 때 토할 뻔한 사연을 소개하면서도 ‘훈련은 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훈련 강도가 높은 건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건 없다. 고생을 하고도 성적이 안 나오면 여러 모로 힘든데 SK는 고생한 만큼 잘하니까 분위기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한 달이 채 안 되는 동안 체험한 SK는 ‘우승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동수는 “대부분의 선수가 한국시리즈 직행은 당연한 거라고 여기고 마땅히 우승도 뒤따라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그는 “선수들이 그동안 고생한 게 있으니까 그에 합당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동수가 전한 SK의 자신감은 경기를 지배한다. 그는 “우리 팀 선수들은 몇 점 뒤지고 있어도 ‘뭐 역전하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역전을 한다”고 말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의 바탕이 된 혹독한 훈련을 지도한 김성근 SK 감독(68·사진)도 우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김 감독에게 포스트시즌 투수진 운용 계획을 물었다. 당장 경기가 급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롯데와 KIA의 4위 싸움 전망을 물었다.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우리가 3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트리 짜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우리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엄살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평생을 한결같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날 SK는 롯데에 0-5로 졌다. 김강민 나주환 이호준 등은 경기 후 1시간 남짓 특별 타격훈련을 했다. SK 선수들에겐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고 선수들의 타격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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