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 민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까만 피부에 다부진 체격.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로 한일전에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주인공. 일본 축구 대표팀 출신 스트라이커 다카하라 나오히로(31·수원) 얘기다.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프로축구 FA컵 8강 수원-전북의 경기를 앞두고 가장 큰 화제는 다카하라와 동갑내기 라이벌인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의 맞대결이었다.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탁월한 골 감각과 천부적인 재능으로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반엔 각급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세련된 외모와 해맑은 미소로 수많은 ‘여심(女心)’을 흔든 주인공이란 것도 공통점. 공교롭게도 부진에 빠진 시점도 비슷했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프로와 대표팀에서 부침을 겪었다.
이들의 만남은 최근 수원으로 이적한 다카하라가 전북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이뤄졌다. 사실 경기 전엔 이동국의 우세가 예상됐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이동국은 올 시즌에도 이름값을 해내던 상황. 반면 다카하라는 전 소속팀인 J리그 우라와 레즈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 감각부터 끌어올려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23골(57경기)을 기록했고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에서도 수년 동안 활약한 다카하라는 노련했다. J리그보다 빠르고 거칠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무대에 이미 적응한 듯 몸놀림이 가벼웠다. 전반 왼쪽과 오른쪽 측면에서 툭툭 치고 들어가다 날린 감각적인 슈팅은 그의 컨디션을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 그는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위협했다. 그에 반해 이동국은 수원 수비진의 거칠고 조직적인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42분 다카하라가 교체될 땐 수원 팬들이 기립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이동국은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떨어뜨리고 착잡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경기에선 수원이 전반 36분 곽희주의 헤딩 선제골과 후반 47분 염기훈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염기훈은 1골 1도움으로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수원은 윤성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7월 14일 컵 대회 경기부터 9경기에서 7승 1무 1패를 거두는 가파른 상승세.
전남은 광양 홈경기에서 강력한 신인왕 후보 지동원의 후반 40분 결승골에 힘입어 광주를 2-1로 꺾었다. ‘샤프’ 김은중이 두 골을 넣은 제주도 성남을 2-0으로 제압하고 FA컵 준결승 티켓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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