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못해 힘들지만 팬들 사랑에 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지소연, 그 명성 그대로… U-20 월드컵 이후 첫 출전 경기서 2도움 ‘펄펄’

지소연의 인기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식을 줄 몰랐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지소연. 강릉=김성규 기자
지소연의 인기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식을 줄 몰랐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지소연. 강릉=김성규 기자
《영광을 뒤로한 채 보름여 만에 다시 선 그라운드. 세계 정상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그의 실력은 변함없었다. 18일 강릉 강남축구공원에서 열린 통일대기 전국여자종별대회. 1일 독일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지소연(19·한양여대)이 금의환향 후 국내 무대 첫 경기에 나섰다. 환영행사와 인터뷰 등으로 훈련이 부족하긴 했어도 지소연은 영진전문대와의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후반 19분까지 뛰었다. 골은 못 넣었지만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하며 5-0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움직임은 단연 돋보였다. 상대 수비가 자신에게 몰리면 빈 공간으로 패스해 동료에게 길을 열어줬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으면 직접 공을 몰고 치고 나갔다. 전반 43, 44분 영지전문대 두 명의 선수가 잇달아 경고를 받았는데 모두 드리블로 돌파하는 지소연을 막으려다 파울을 했다. 경기를 지켜본 K리그 강원 FC 김원동 사장은 “군계일학이구먼”이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후반 19분 교체돼 그라운드 밖으로 나온 그는 너무나 지쳐 보였다.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고, 웃고 소리치던 활기찬 모습이 아니었다.

“월드컵 이후 국내에서 첫 경기라 긴장이 많이 됐다”는 그는 “몸이 100%가 아니다. 그동안 운동은 거의 못하고 방송 등 스케줄이 빡빡했다. 며칠 전엔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았다”고 말했다. “빨리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워낙 훈련할 시간이 없어 경기를 뛰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해외 진출 여부에 대해선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뛰고 싶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결정할 시간은 아직 많다”고 말했다.

20세 이하 대표팀에 이어 최근 성인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최인철 감독은 “독일과 미국에서 러브콜이 많다고 들었다. 어디에 가든 잘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길어지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팀 코칭스태프가 와서 “좀 쉬게 하자”며 인터뷰를 중단시켰다. 벤치로 돌아가는 지소연에게 이번엔 축구 팬들이 몰렸다. 이날 200여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대부분 지소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팬들의 기념 촬영, 사인 요청이 끝없이 이어졌다. 싫은 내색 없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기를 향해 매번 힘겹게 미소를 짓는 게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지소연은 “월드컵을 통해 여자 축구에 관심을 많이 가져줘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그리 흡족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의 해맑은 미소를 볼 수 있는 건 공을 차고 있을 때뿐이었다.

강릉=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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