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 속리산 일대에서 17일부터 2주간 열리고 있는 육상꿈나무 합숙훈련에서 초등 여자 단거리 스타 이혜연 양(왼쪽 앞) 등이 20일 밝은 표정으로 영어회화 수업에 임하고 있다. 보은=유근형 기자
“What a nice day.”
영어회화 교육 동영상을 따라 읽는 학생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강의실에 울린다. 마치 사설 영어학원을 연상하게 하는 풍경. 하지만 이곳은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육상꿈나무 120명이 모인 하계 합숙훈련장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운동선수도 공부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합숙훈련에 들어가면 늘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소년체전 초등 여자부 단거리 퀸 이혜연 양(12·안양 비산초6)은 이런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소년체전이 늦게 끝나서 꿈나무 합숙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공부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즐거워요. 현재 중상위권인 공부와 운동 모두 잘하고 싶어요.”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서 17일부터 2주간 초중등 육상 꿈나무를 소집해 합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꿈나무 육상대회 성적과 체육과학연구소의 체력측정을 점수화해 종목별 우수 선수 120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훈련량만 강조하는 스파르타식 지옥훈련은 아니다. 각종 교보재를 이용한 흥미 위주의 체력훈련이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육상이론, 스포츠심리학, 도핑교육 등 다양한 강의가 열린다. 훈련 후엔 영어회화 강습과 개인 학업시간도 마련됐다. 영어회화 강의를 맡고 있는 제주 대흘초 유경혜 코치(34)는 “여기 모인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보물들이지만 공부엔 흥미가 없는 친구들도 있다. 경기력만큼이나 공부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꿈나무들은 강도 높은 종목별 훈련을 하루 두 번씩 소화하고 있다. 20일에는 평소 던지기 훈련에 집중하는 투척선수에게 허들훈련이 실시됐다. 생소한 교보재 등장으로 육중한 몸매로 뒤뚱거리는 모습이 어색했지만 훈련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포환과 원반던지기 유망주 박세리 양(14·서산여중 2)은 “학교에선 항상 혼자 훈련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평소 안 하던 이색적인 운동을 같은 종목 친구들과 함께하니 너무 신나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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