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게임-위기관리 괄목성장…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캐나디안오픈 나흘내내 동반플레이 신지애 3타차 2위
미셸 위(21·나이키골프·사진)의 키는 183cm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올해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75.7야드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위다.
거칠 것 없을 것 같던 미셸 위의 앞에는 작지만 큰 산이 있었다. 156cm의 단신에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채 240야드도 되지 않는 신지애(22·미래에셋)다. 지난해 신인왕 대결에서 미셸 위는 914포인트로 3위에 그치며 1602포인트를 얻은 신지애에게 완패했다. 올해 5월 열린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8강전에서도 신지애에게 2홀 차로 뒤져 탈락했다. 하지만 확 달라진 미셸 위 앞에서 천하의 신지애도 맥을 추지 못했다. 미셸 위는 30일 캐나다 매니토바 주 위니펙의 세인트찰스CC(파72·6572야드)에서 캐나디안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내내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었다. 첫 정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9개월 만의 우승이다.
○ 천재 소녀의 화려한 부활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미셸 위는 나흘 내내 신지애와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이 때문에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27cm의 키 차이를 딛고 둘이 힘겹게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특히 두 선수는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공동 1위에 올라 챔피언 조에서 대결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우승 문턱에서 종종 무너졌던 미셸 위였지만 이날은 ‘파이널 퀸’ 신지애 앞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42.86%로 신지애(71.43%)에게 한참 못 미쳤지만 그린 적중률은 84.30%로 신지애(68.75%)를 압도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8번홀(파3). 미셸 위는 티샷을 그린에 사뿐히 올린 뒤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반면 티샷을 그린 왼쪽 러프에 떨어뜨린 신지애는 보기를 해 스코어는 2타 차로 벌어졌다. 미셸 위는 14번홀에서도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은 데 이어 15번홀에서는 칩인 버디까지 성공시키며 쐐기를 박았다. 신지애는 3타 차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신지애는 우승은 놓쳤지만 상금으로 14만2000달러를 받아 미야자토 아이(일본)를 제치고 상금 랭킹 1위(140만 달러)로 올라섰다.
○ 이번 대회만 같아라
미셸 위는 장타 능력에 비해 쇼트 게임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4라운드 통틀어 퍼트 수는 115개(라운드당 28.75타)였지만 4라운드에서는 결정적인 퍼트를 쏙쏙 홀에 집어넣었다.
벙커샷도 좋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3차례 볼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100% 세이브에 성공했다. 290야드가 넘는 장타를 앞세워 파5 홀에서 8개의 버디를 낚았다. 첫 라운드 11번홀에서는 생애 두 번째 홀인원을 하는 등 운도 따랐다. 이번 대회만 같다면 ‘천재 소녀’라는 별명에 걸맞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셸 위는 “퍼트 연습을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며 “이번 우승은 나 자신을 믿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신지애 상금랭킹 1위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은퇴 이후 대형 스타 부재에 시달리던 LPGA 측은 미셸 위의 선전을 크게 반기고 있다. 오초아가 떠난 뒤 세계 1위 자리는 신지애와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등이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단숨에 세계 7위로 뛰어오른 미셸 위도 1위 쟁탈전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