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 감독(사진)은 시즌 종반 SK와 1위 싸움을 시작할 때부터 “2위에 만족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대부분 외부의 시각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SK를 추격하는 2위팀 감독의 남다른 처세술로 받아들였다.
17일 광주 KIA전 직전. 삼성은 시즌 상대전적 11승 6패로 앞서고 있는 KIA와 2연전을 앞두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조범현 감독을 찾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 거두십시오”라고 인사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소!”라는 덕담도 들었다. SK와는 3게임차. KIA전을 모두 잡고 19일 SK와 맞대결까지 승리하면 1위 추격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SK추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선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2위에 만족한다”고 또 한번 몸을 낮췄다.
취재진이 좀처럼 그의 ‘진심’을 믿지 않자 선 감독은 “오늘 주전도 대부분 쉬게 했다. 우승? 지난해 5위했던 우리가 지금 전력으로 2위까지, 3단계나 오른 것도 대단한 일이다”며 “포스트시즌도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할 거다. 이기면 좋지만 무리할 거 없다”며 나름‘쿨’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선 감독은 이어 “우승은 앞으로 4년 내에 하면 된다. 다른 감독들에 비해 그래도 제가 장기계약을 했기 때문에 유리한 부분 아니겠냐”며 웃었다.
한 때 FA 선수들을 싹쓸이 하며 ‘돈성’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삼성은 선 감독의 ‘집권 1기’ 후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한 내부육성으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그리고 올해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안지만, 차우찬 등 팜에서 성장한 유망주들이 주축으로 떠올라‘땀성’으로 탈바꿈했다.
올해 선 감독이 욕심을 버릴 수 있었던 이유도 완성단계에 이른 전력으로 ‘집권 2기’를 본격 시작하는 강한 자신감에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