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양준혁 선배, 최후엔 승리자였다“다승왕 못하면 어때요. 전 지금 충분히 행복해요.”
한화 류현진에 이어 SK 김광현(22·사진)도 “다승왕에 굳이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광현은 16일 잠실 LG전에 앞서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몸이 좋지 않았다. 10승이나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올해는 정말 팔꿈치가 아파 늦게 시즌을 시작했는데 이 정도 성적을 올렸다는 데 만족한다. 요즘에는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병원선 괜찮다 했지만…공만 쥐어도 아팠다”
김광현은 지난해 8월 두산 김현수의 타구에 맞아 왼쪽 손등뼈가 부러졌다. 그리고 조급한 마음에 복귀를 서두르다 팔꿈치에 심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그때부터 생긴 팔꿈치 통증은 스프링캠프를 넘어 시범경기까지 이어졌다.
“지난 겨울에 병원에 가면 괜찮다고 해서 한 달을 쉬고 던져봤는데 아팠다. 또 병원에 가면 괜찮다고 해서 3주 쉬고 던져봤는데 또 아팠다. 나중에는 공만 쥐어도 아팠다. 지금 생각해보면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것 같다. 이렇게 오래 아파본 적이 없어 솔직히 수술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막 후 통증을 참고 던져봤는데 이후 아프지 않았다. 날씨가 풀리면서 통증은 사라졌다. 그는 4월 8일 구원등판해 2이닝을 테스트해본 뒤 개막 후 보름 이상 지난 4월 13일에 처음 선발등판했다.
○“2인자도 상관없다. 팀 우승만 생각한다”
그는 이날까지 29경기(선발 28경기)에 등판, 179이닝을 던지면서 16승6패, 탈삼진 170개, 방어율 2.36을 기록 중이다. 다승 부문에서 한화 류현진, KIA 양현종과 공동 1위지만 탈삼진과 방어율은 류현진에 이어 2위, 승률도 3위다.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타이틀은 다승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나도 다승왕을 못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준혁 선배도 항상 2인자였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나중에는 최고의 위치에 섰다. 무리하지 않겠다. 오랫동안 부상없이 야구를 하다보면 나중에 더 좋은 결과가 올지 모른다”며 웃었다.
○“양준혁 선배 은퇴식 정면으로 승부할 것”
19일 대구 삼성전 선발등판이 예정돼 있는 김광현은 “팀 1위가 확정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시즌이지만 삼성전까지는 무조건 집중해 반드시 이겨야한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그런데 그날은 공교롭게도 양준혁 은퇴식. 김광현은 “내가 프로에 들어와 첫 홈런을 양준혁 선배에게 맞았다. 존경하는 선배지만 피해가지 않겠다. 정면으로 승부하겠다. 그게 선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김성근 감독님이 투수는 둥글어지면 안된다, 날카로워져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이면 투수로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며 최고의 공으로 양준혁을 상대하고, 경기에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