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중경고는 얼마 전 큰 경사를 맞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됐다. 연간 2억 원씩 5년 동안 정부 지원을 받고, 교원 초빙 등에도 특혜를 받게 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축제 분위기인 중경고에 경사가 겹쳤다. 1997년 창단한 축구부가 창단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이 길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고교 축구에서 13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축구부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운 일. 하지만 중경고는 2월 춘계고등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지난달 금강대기 전국대회에선 정상에 올랐다. 전국고등축구리그 서울 남부 권역에선 13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9개 팀 가운데 1위로 당당히 왕중왕전(64강)에 진출했다.
중경고 축구부가 쌓고 있는 작은 기적의 원천은 자율형 공립고란 간판에 어울리는 ‘자율 축구’. 최운범 감독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학원 축구에서 우리 학교는 자율 축구로 빛을 봤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소통의 통로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장 안팎에서 대화로 선수와 감독, 선후배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서울 남부 권역에서 16골로 득점왕에 오른 공격수 이재우는 “친형제보다 더 가깝고 편한 사이가 우리 축구부”라며 “편하게 즐기는 축구를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며 웃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학교 방침도 축구부에 힘이 됐다. 최 감독은 “물심양면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선수 개개인의 학업까지 관리해주는 등 학교 측의 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축구부 운영에는 한껏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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