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자 스윙’ 짐 퓨릭…사람팔자 모를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28일 03시 00분


1차전 늦잠 자 실격하더니…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우승+페덱스 보너스’ 130억원 챙겨

눈을 떠보니 오전 7시 23분. 짐 퓨릭(40·미국)은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뿔싸. 평소와 달리 맞춰놨던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배터리가 다 돼 전원이 꺼진 탓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인 바클레이스 프로암대회에 출전하려면 티오프 시간인 7시 30분에 맞춰 골프장에 가야 했다. 맨발에 신발 끈도 매지 못한 채 벨트도 없이 달려갔다. 도착 시간은 7시 35분. 프로암대회 불참에 따른 징계로 퓨릭은 이 대회에서 실격 처리됐다. 페덱스컵 포인트를 1점도 추가하지 못하면서 랭킹도 3위에서 11위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말 “누굴 탓하겠느냐”며 한숨을 쉬던 퓨릭이 한 달 만에 양손에 모두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었다. ‘8자 스윙’으로 유명한 그에게 사람 팔자는 시간 문제였을까. 27일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끝난 플레이오프 최종 4차전인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

16, 17번홀 연속 보기로 1타 차 선두로 쫓긴 퓨릭은 거센 비가 내리던 18번홀(파3·230야드)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한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다. 우승을 확정 지으려면 파가 절실했다. 벙커를 벗어난 공은 스핀이 걸려 깃대 왼쪽을 75cm 정도 지나쳐 멈췄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자의 챙을 뒤로 돌려 쓴 퓨릭의 퍼터를 떠난 공은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대회 우승 상금 135만 달러와 페덱스컵 포인트 1위에 따른 10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동시에 품에 안는 퍼트였다.

퓨릭의 최종 스코어는 8언더파 272타. 2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1타 차로 제쳤다. 지각으로 1차전에 출전조차 못했던 퓨릭이 최후의 승자로 우뚝 섰다. 1135만 달러(약 130억 원)를 확정 지은 퓨릭의 퍼터는 39달러짜리 중고품이었다. 퓨릭은 3주 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매사추세츠 주 노턴의 ‘조 앤 리’라는 골프숍에 있는 300여 개의 제품 중 고전적 블레이드 형태인 예스골프의 소피아 모델을 직접 골랐다.

아버지에게 스윙을 배운 그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문어 모양’처럼 공을 친다는 평가를 들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76야드로 174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71%의 페어웨이 안착률에 정교한 쇼트 게임으로 비거리의 약점을 극복했다. 30야드 이내에서 파온을 못했어도 파(또는 버디)를 잡는 확률인 스크램블링은 46.3%로 3위에 올라 있다.

최경주 2언더파 공동 7위에

2타를 줄여 어니 엘스(남아공)와 공동 7위(2언더파)에 오른 최경주는 30일 용인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에서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 출전을 위해 28일 귀국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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