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캠퍼스 운동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어린이들이 점령하고 있다. 45개국에서 온 초등학교 축구 선수 1120명이 3일까지 열리는 제10회 및 11회 다논 네이션스컵 축구 대회에 참가 중이기 때문이다.
축구공을 매개로 아이들은 언어 장벽쯤은 쉽게 뛰어넘었고 피부색이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
우승 팀은 조별리그와 16강 토너먼트를 거쳐 가린다. 결승전은 3일 요하네스버그의 올랜도 경기장에서 열린다.
2000년 프랑스에서 열린 첫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열리는 이 대회는 프랑스에 본부를 둔 유제품 가공 다국적 기업 다논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시작한 것. 기업의 현지 법인이 세워진 나라들이 대회 참가 대상이다. 진출을 하지 않은 지역이 거의 없어 전 세계를 아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국 대표는 자국의 전국 대회 우승 팀이기 때문에 이 대회가 세계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 팀을 가리는 셈이다.
규모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를 포함해도 세계 최대. 특히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가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로 열리지 못해 이번에 올해 대회와 지난해 대회를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해 규모가 더 커졌다. 2009, 2010년 참가국이 각각 40개국으로 전체 45개국 80개 팀이 참가했다.
대회 참가 경비는 주최 측에서 전액 지원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의 축구 팀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다. 대회 상금은 없다. 대회 모토는 ‘너의 꿈을 믿어라’다.
정식 규격의 2분의 1 정도 크기의 그라운드에서 전후반 구분 없이 15분(토너먼트부터는 20분)의 9인제 경기로 열리는 초등학생 대상 대회이긴 하지만 세계 각국의 축구 수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어디든 초등학교 선수들의 훈련 시간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팀의 실력 차이는 온전히 그 나라 축구 교육의 수준과 축구 유전자로 결정된다. 올해 8월 화랑대기 대회 우승 자격으로 2010년 한국 대표로 참가한 대동초교 강경수 감독(45)은 “각 나라가 가르치는 축구 기본기 수준이 대회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처음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작년 대회가 열리지 못하는 바람에 이번이 첫 출전이 됐다. 2009년 대표로는 지난해 전국 대회를 모두 휩쓸었던 의정부신곡초교가, 2010년 대표로는 대동초교가 나섰다. 김상석 의정부신곡초교 감독(40)은 “지난해 주전들이 모두 졸업하긴 했지만 좋은 선수가 많다.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동초교는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네덜란드, 모잠비크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의정부신곡초교는 터키, 독일, 호주, 과테말라와 한 조에 속했다. 조 2위까지가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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