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잠실벌 혈투의 ‘숨은 주역’ 롯데 조지훈-두산 오종학 응원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일 03시 00분


스탠드위 10번 타자 “응원전 양보없다”
롯데 조지훈 단장-1,2차전은 승부도 응원도 롯데의 완승이죠
두산 오종학 단장-경기 지면서도 끝까지 자리지킨 두산팬이 승자

겉으론 웃고 있지만 마음속은 전의로 불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응원전을 이끌고 있는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왼쪽)과 두산 오종학 응원단장이 지난달 30일 2차전 경기 시작 전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겉으론 웃고 있지만 마음속은 전의로 불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응원전을 이끌고 있는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왼쪽)과 두산 오종학 응원단장이 지난달 30일 2차전 경기 시작 전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년 연속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산과 롯데. 연일 진땀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경부선 시리즈의 숨은 주역들이 있다. 양 팀 응원전의 수장인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31)과 두산 오종학 응원단장(27)이다.

○ “부산서 끝장” “잠실 돌아올 것”

두 번의 잠실벌 혈투를 마친 두 사람의 목소리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롯데 조 단장은 “1, 2차전은 승부에서도, 응원에서도 롯데의 2연승이었다. 구도 부산에서 지난해 롯데의 패배를 완전히 설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두산 오 단장은 “그건 롯데 생각일 뿐이다. 지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 두산 팬들이 정신력에서 이겼다. 반드시 잠실로 돌아와 5차전을 펼치고 싶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이 벌어진 잠실구장의 열기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두산은 정규 시즌의 5배가 넘는 인력과 크레인 2대, 대형 통천 3개, 대형 깃발 10개 등을 이용해 매머드 급 위용을 보여줬다. 롯데도 방문 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6회부터 시작하던 오렌지색 봉지 응원을 3회부터 펼치며 맞불을 놨다.

특히 롯데 팬들이 상대 투수의 견제 동작 후 날리는 “마(‘하지 마’를 줄인 말로 ‘인마’의 뜻도 담겨 있음)” 응원이 시작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마” 공격에 두산 팬들이 “왜”라고 응수하자 롯데는 걸그룹 미스에이의 노래를 이용해 “셧업 보이즈(Shut up boys)”라 외치며 두산 팬의 신경을 자극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일격을 당한 두산은 2차전에선 이효리의 신곡으로 응수했다. “니가 니가 나는 나는 웃긴다.”

두산 오 단장은 롯데의 “마” 응원에 대해 “처음엔 반말이라 욱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홈과 방문 팀이 이렇게 멋지게 주고받는 응원은 전 세계적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양 팀 응원단장은 응원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 뺨치는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경기 분석을 거침없이 풀어놨다. 롯데 조 단장은 “개막전 라인업대로 이대호를 3루에, 조성환을 3번 타순에 기용한 것은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증거다”라며 “두산을 뚝심 야구라 하는데, 롯데의 뚝심이 이번엔 이겼다”고 자평했다.

○ “응원 진수 보여줄 것” “일당백 각오로 응원”

두산 오 단장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오 단장은 “2차전 라이언 사도스키보다 김선우가 더 오래 마운드를 지켰고, 캘빈 히메네스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의 믿음 야구를 롯데가 따라한 거 아니냐”고 응수했다.

3, 4차전 전망에서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 단장이 “늦게 시동이 걸리는 편인 두산 중심 타선이 부산에선 터질 것이라 확신한다. 임재철 등 고참들이 버텨주고 있는 만큼 작년과 같이 3연승으로 뒤집을 것”이라 말했다. 조 단장은 “2차전 이대호의 홈런 후 팬들의 우렁찬 부산갈매기 노랫소리를 들을 때 우승까지 문제없겠다고 직감했다. 두산이 분위기를 바꾸기 힘들다”고 자신했다.

2일 사직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응원 전쟁은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응원 메카 부산’의 위용을 맘껏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조 단장은 “응원의 중심은 화려한 보조 기구보다는 팬이 중심이 돼야 한다. 특별한 장치들보다는 어떻게 팬들과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원전에서 잠실보다는 다소 열세가 예상되는 두산 오 단장은 “두산의 방망이 응원과 치어리더 안무의 퀄리티는 8개 구단 중 1등이다. 일당백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경기 후엔 함께 모여 소주 한잔을 기울일 정도로 가깝다는 두 사람이지만 인터뷰 내내 응원에서만큼은 지고 싶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2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펼쳐질 사직구장은 어느 팀의 응원 함성으로 가득 찰까.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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