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42분47초의 기록으로 풀코스 남자부에서 우승한 최진수 씨(40)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일과 마라톤밖에 모르는 '마생마사(마라톤에 살고 마라톤에 죽는)'의 삶을 산다.
최 씨는 마스터스 마라톤 고수만이 입회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스포츠용품업체 아식스가 후원하는 불루 러너스 회원이다. 1년에 5~10명만 선발하는 불루 러너스에 들어가기 위해선 2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최 씨는 "불루 러너스의 후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기록도 없었다"고 고마워했다.
최 씨는 35km 지점까지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였다. 그는 "평소 기록보다 3분 정도 늦게 페이스를 조절해 자신은 있었지만 백제마라톤 코스가 예상외로 힘들어 긴장을 늦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최 씨는 5km도 힘겹게 뛰는 초보였다. 당시 다니던 회사가 마라톤 대회 후원사여서 사원들은 의무적으로 5km를 뛰어야 했다. 최 씨는 "그 땐 왜 뛰는지 이유조차 몰랐다. 2003년엔 객기로 풀코스에 도전했다 4시간대 기록으로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기록은 마라톤 자세, 호흡법, 체력훈련 방법, 식이요법 등을 마라톤 전문 클럽에서 터득한 2007년 이후 달라졌다. 1년에 마스터스 풀코스 우승을 평균 3회 이상 차지하는 최 씨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공주=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여자 풀코스 우승자▼
3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이 한 달이면 한두 번 마라톤 대회에 나간 탓에 '마라톤 과부'였다. 남편을 따라 대회장에 갔다 추위를 잊으려고 5km 코스에 한두 번 도전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제대로 훈련한 지 석 달 만에 하프 코스를 1시간40분대에 주파했다. 1년 만에 처음 풀코스에 도전해선 3시간 30분대의 기록으로 1등을 차지했다. 이젠 남편을 뛰어넘어 여자 마스터스계의 여왕이 됐다. 3시간9분39초의 기록으로 백제마라톤 여자 풀코스 우승을 차지한 유금숙 씨(45) 얘기다.
유 씨는 6km 지점 이후 선두로 치고 나가 독주 끝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35km 지점에서 발바닥 부상으로 레이스 막판 2위와 격차가 100m까지 좁혀졌지만 뚝심으로 이겨냈다. 유 씨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제가 끈기 하나는 자신 있다"며 기뻐했다.
유 씨는 남편 윤여홍 씨(47)와 전국 각지를 돌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남편 윤 씨는 "마라톤 대회가 우리 부부에겐 전국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혼자 마라톤 할 때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마라토너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유 씨의 다음 목표는 3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서브 스리다. 한국 여성 30여 명만이 갖고 있는 기록을 향한 그녀의 힘찬 도전은 2주일 뒤인 17일 열리는 동아일보 2010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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